[블록체인 현장] '여권없는 해외여행 만든다' 네덜란드 블록체인 신분증 실험
내년 네덜란드-캐나다공항 시험서비스…개인정보 제한적 노출이 특징
(헤이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여권과 탑승권, 비자 없이 스마트폰 하나로 입·출국 절차를 밟을 수 있는 미래가 가까워지고 있다.
네덜란드 정부는 블록체인 기술과 개인 신원정보를 접목해 여권과 신분증, 예금증명서 등을 한데 묶은 디지털 신분증을 개발하고 있다. 이르면 내년 봄에는 네덜란드와 캐나다 간 공항에서 여권 대신 디지털 신분증을 이용한 입·출국이 구현될 전망이다.
27일 프란스 라이커스 네덜란드 내무부 국가신원정보국(RvIG) 전략자문은 헤이그 정부청사에서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강력하고 안정적인 디지털 신분증(ID)"이라며 블록체인 기술을 더한 디지털 ID 시범서비스를 소개했다.
라이커스 자문은 "처음부터 블록체인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다"면서도 "강력한 디지털 ID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출발했고 델프트 공대의 블록체인 앱이 우리 의도와 맞아떨어지며 단점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네덜란드의 디지털 ID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우선 스마트폰과 지자체의 인증이 필요하다.
시청에서 본인 신원을 인증받고 개인 스마트폰에 개인정보를 저장한다. 이후 생체인식을 통해 필요할 때마다 스마트폰에 QR코드로 신원정보를 표시한다.
만약 주류를 사야 한다면 QR코드에 18세 이상인지만 표시되며, 차를 빌려야 할 때는 운전면허가 있는지만 나타나는 식이다.
기존 신분증을 제시하면 구체적인 생년월일은 물론 주소, 주민등록번호까지 노출되지만, 디지털 ID를 이용하면 필요한 정보만 공개할 수 있다. QR코드는 5초마다 변경되며 얼굴인식을 통해 본인만 열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델프트 공대에서 개발한 블록체인 기술인 '트러스트 체인'을 활용해 개인정보의 진위를 보장했다.
라이커스 자문은 "개인정보 인증을 받으면 블록이 생성되고 이후에 은행 금융정보나 개인정보 변경 시마다 각 블록이 칡덩굴 얽히듯 연결되면서 정보의 진위가 보장된다"고 말했다.
캐나다 정부와도 협약을 맺고 내년 봄부터는 여권을 대체하는 시험서비스도 시작할 계획이다.
네덜란드 스히폴 공항에서 캐나다 온타리오 공항까지 스마트폰 하나로 발권과 입·출국 수속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디지털 ID 시범서비스를 설계한 안드레 더콕은 "4∼5개월 전부터 3명이 함께 개발을 시작했다"며 "이제 다음 단계는 100여명을 표본으로 실제 세계에서도 우리의 기대에 맞게 구현되는지 시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라이커스 자문은 실제로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ID 서비스가 자리를 잡기까지는 시일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신뢰"라며 "전자투표 시스템은 20년 전부터 있었지만, 사람들의 신뢰를 얻지 못해서 무용지물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일정을 정해두지 않고 사람들이 시스템을 믿을 때까지 기다린다"며 "모든 사람과 전 세계에서 사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이번 라이커스 자문 인터뷰는 한국언론진흥재단 2018 KPF 디플로마-블록체인 과정 참여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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