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군 병원 1인실 입원한 지드래곤…왜 특혜 논란 부를까
감염 우려 등 의학적 판단 따라 격리 가능…발목 수술 뒤 1인실 입원엔 물음표
에어컨·TV는 다른 병실에도 구비…전입 뒤 120일간 병가 25일·개인 휴가 9일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군 복무 중인 빅뱅의 지드래곤(본명 권지용·30)의 군 병원 특혜 입원 의혹이 소속사와 국방부의 해명에도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다.
온라인 연예 전문매체 디스패치는 25일 "육군 3사단 백골부대에 복무하는 지드래곤이 발목 통증으로 국군양주병원의 특실에 입원했으며, 정해진 시간 외 면회를 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가 "특혜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고, 국방부도 "다른 입원환자의 안정을 위해 내린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디스패치가 26일 추가 보도를 통해 "특혜는 사실"이라면서 소속사와 국방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논란이 가열되는 양상이다.
◇ 감염 우려 크거나 정신병으로 격리 필요시 1인실…지드래곤은?
지난달 발목불안정증으로 수술을 받은 지드래곤이 이달 19일 국군양주병원에 입원해 머무는 곳은 301동 일반 병실 1인실인 311호다.
국방부는 간부와 병사 모두가 1인실을 사용할 수 있다면서 지난 2017년부터 최근까지 병사 2명, 부사관 1명, 중위 2명, 중령 3명, 대령 1명이 입원한 바 있다고 밝혔다.
관련 규정에도 계급 보다는 환자의 상태에 대한 의학적 판단이 1인실 사용을 결정하는 근거로 삼도록 돼 있다.
국방 환자관리 훈령 제47조를 보면 수술 등으로 면역기능이 저하됐거나 감염 우려가 클 때, 정실 질환으로 일반 병실 사용이 제한되는 경우 1∼4인 병실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집중치료실이 없거나 일반 병실이 없는 경우에도 특실을 제외한 상급병실을 사용할 수 있다.
즉, 환자의 면역력이 떨어져 추가로 병을 얻거나 반대로 남에게 옮길 수 있는 질병을 앓는 경우 혹은 정신성 질병으로 해를 끼칠 우려가 있을 때 1인실 혹은 소수 병실을 이용할 수 있는 셈이다.
군 병원 근무 8년 경력의 민간병원 전문의는 "1인실 사용은 계급과 상관이 없고, 신종플루나 메르스와 같은 질병에 걸려 남에게 해를 끼칠 수 있거나 폭력적인 성향의 정신과 질병이 있어 격리가 필요한 경우가 원칙"이라고 말했다.
국방부 역시 지난해 코골이가 심한 환자와 다제내성균 환자가 국군양주병원 1인실을 사용했다고 밝혔는데, 모두 다른 환자에 해를 끼칠 수 있는 특수한 사례다.
특히 다제내성균은 면역이 떨어지는 환자가 쉽게 감염될 수 있으며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질병이다.
반면 YG가 밝힌 지드래곤의 병명은 발목이 쉽게 접질려 통증을 유발하는 발목불안정증으로 감염과는 거리가 멀다.
한 정형외과 전문의는 "발목이 심하게 부러져도 보통 다인실을 사용한다"면서 "감염 우려가 아주 큰 경우가 아니면 외과 수술만으로 환자를 격리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 호화롭지는 않지만 에어컨·TV 구비…다른 병실은 수십명 '북적'
지드래곤이 머무는 병실이 같은 병원 내 다른 병실에 비해 호화로운 시설을 갖췄다는 일부 보도는 현실과 다소 거리가 있다.
디스패치는 "301병동은 (대령실을 제외하고) 개방병동"이라며 "천장이 뚫려있고 대형 선풍기를 배치해 더위를 식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20대 국회 상반기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의원실이 국방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국군양주병원에는 총 81개 병실이 있으며 이중 1인실은 모두 9개다.
이중 일반 병실이 1개, 내과 격리 병실이 6개, 정신과 격리 병실이 2개인데, 지드래곤이 머무는 311호가 일반 1인 병실이다.
1인실에는 TV와 에어컨, 냉장고가 비치돼 있는데 이는 6인실과 8인실도 마찬가지다.
국방부는 "국군양주병원은 리모델링 뒤 중앙 냉·난방식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면서 "각 병실에 대형 냉·난방기를 추가 설치하고 운용 중"이라고 밝혔다.
군인권센터 김형남 상담지원팀장도 "30~50명이 쓰는 개방병동에도 대형 TV나 냉장고와 같은 설비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팀장은 "장병들이 통상 외과 환자들인데, 외과 병동은 모두 개방병동"이라며 "수십명의 환자들이 환자가 한데 모여 지내는 것은 통상 병원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일로 1인실을 사용하는 것은 특혜로 보일 소지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 면회·병가 사용에는 문제 없지만 군 복무자는 '갸우뚱'
면회 시간과 병가 사용에 관련해서 지드래곤이 규정을 어긴 적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국군양주병원의 환자 면회시간은 평일 오후 3시∼오후 5시, 주말 오후 2시∼오후 5시인데, 병원출입기록을 보면 지드래곤이 오후 5시 이후 외부인을 면회한 바 없다.
지드래곤은 국군양주병원에 입원한 지난 19일 오전 10시 25분부터 오후 3시 5분까지 자신을 인솔한 간부를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다음날인 20일에는 오후 3시 4분부터 오후 5시까지 지인을 만났고, 지난 23일 오후 2시 4분부터 3시간가량 아버지와 매니저를 면회했다. 24일에는 오후 1시 54분부터 오후 4시 58분까지 지인을 만난 것으로 기록됐다.
현재까지는 지드래곤이 사용한 병가도 연 30일 이내, 1회 10일 이내로 정해진 국방부 규정을 벗어나지 않는다.
지드래곤은 지난 2월 27일 전입한 뒤 3월에 1일, 4월에 3일, 5월에 17일, 6월에 4일 등 120일 동안 25일 병가를 냈고, 이와 별도로 지금까지 개인 휴가를 9일 사용했다.
또한 이 기간 5차례에 걸쳐 신병교육대 진료를 받고, 국군수도병원으로 2차례 외진을 다녀온 뒤 결국 수술을 받고 군 병원에 입원했다.
최소한 면회나 병가 사용에 관해서는 국방부가 밝힌 관련 규정에 부합하는 셈이다. 그러나 군 전역자들 사이에서는 "일개 사병이 발목 통증 정도의 부상으로 병가와 휴가를 밥 먹듯이 쓸 수 있다니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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