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지자체, '제국주의 상징' 야스쿠니신사 어린이 집단참배 시켜
미에현 파견 '어린이 대표단' 작년 8.15때 참배…"전쟁 정당화 시설…아이들에 잘못된 메시지"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의 한 광역지방자치단체가 일본의 패전기념일인 작년 8월15일 어린이들을 침략 전쟁의 상징인 야스쿠니(靖國)신사에 집단적으로 참배하게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고 도쿄신문이 26일 보도했다.
신문은 미에(三重)현이 작년 패전기념일 도쿄 일본부도칸(武道館)에서 열린 전국전몰자추도식에 파견한 '어린이 대표단' 6명이 추도식 참석 후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고 전했다.
야스쿠니신사는 근대 일본이 일으킨 크고 작은 전쟁에서 숨진 사람들의 영령을 신으로 떠받드는 시설로,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을 포함해 246만6천여명이 합사됐다.
매년 패전기념일에는 제국주의 시절의 향수를 가진 우익 성향 일본인들이 몰려와 참배하기도 한다.
미에현은 특히 '어린이 대표단'을 보내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정부에서 보조받는 돈으로 충당하기도 한 것으로 나타나 비판이 더 커지고 있다.
정치와 종교분리 원칙에 따라 일본 정부와 야스쿠니 신사는 직접 관련이 없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정부 돈으로 어린이들을 전쟁을 옹호하는 시설에 집단 참배하게 한 것이다.
미에현측은 "야스쿠니신사 참배 여부는 자유에 맡겼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작년 '어린이 대표단' 6명 중 참배를 하지 않은 경우는 1명도 없었다.
어린이들의 집단참배 사실이 알려지자 미에현 의회 의원들은 "현측이 야스쿠니신사의 생각에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할 수 밖에 없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나모리 도시나오 미에현의원은 "야스쿠니신사는 2차대전을 정당화하고 있어서 정부의 입장과 다른 곳"이라며 "아이들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주지 않도록 일정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미에현측은 "야스쿠니신사의 전쟁에 대한 생각을 지지하고 이를 아이들에게 전하겠다는 식의 생각은 전혀 없다"며 "야스쿠니신사 참배는 전몰자 유족회 차원에서 참배하는 것으로, 현 차원에서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발뺌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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