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슈너 중동 평화안은 재앙, 상황 악화시킬 것"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극적인 싱가포르 회담을 성사시킨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다음 관심사는 중동이 될 것으로 보인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간 이른바 '궁극적인 합의'가 그 목표로 백악관 선임보좌관이자 유대인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와 제이슨 그린블랫 국제협상 특사가 지난주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등 중동을 방문해 평화안을 타진하고 가자 지역 인도적 재난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협의했다.
쿠슈너는 순방 말미 한 팔레스타인 신문과의 회견을 통해 조만간 평화안이 준비될 것이라고 다짐하는 한편 미국의 평화안에 거부 반응을 보이는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을 맹비난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한 이후 미국 측과의 접촉을 거부하고 있으며 이번에도 쿠슈너와 만나기를 거부한 채 트럼프 행정부 비난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쿠슈너의 행보에 전문가 시선은 비판적이다.
이미 이스라엘 편향적인 행보로 중재자로서 공정성을 상실했을 뿐 아니라 친이스라엘 평화안을 내놓아 오히려 평화전망을 더욱 어둡게 할 것이라는 예상에서이다.
버락 오바마 민주당 행정부에서 중동평화협상에 관여했던 일런 골덴버그 신미국안보센터(CNAS) 중동 국장은 쿠슈너의 새로운 평화안이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새로운 평화안을 만들어내는 것보다 가자 지구의 인도적 재난을 수습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골덴버그 연구원은 25일 포린폴리시 기고를 통해 현 상황에서 미국의 새로운 평화안을 제시하는 것은 중대한 실책이 될 것이며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면서 대신 백악관은 평화안을 미루고 우선은 가자 지구의 상황을 안정시키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을 발표한 이후 6개월간 팔레스타인 지도자들이 미 관리들과 일체의 접촉을 중단하고 있는 점을 들어 신뢰를 상실한 미국이 분쟁의 중재자 역할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우선 그 내용과 관계없이 팔레스타인 측이 평화안 자체를 일축할 것이라는 것이다.
미국이 제시할 평화안의 내용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 대부분의 지역을 영토로 하는 팔레스타인 독립국을 창설하고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하는 그동안 국제적으로 합의가 이뤄진 균형 잡힌 평화안이 다시 나올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골덴버그 연구원은 지적했다.
빌 클린턴-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거듭 확인된 평화안과 다른 평화안이 등장할 경우 중동평화에 또 다른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그 효과가 오래갈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트럼프 행정부는 '고전적인' 평화안 대신 이스라엘군이 요르단강 서안 지역에 상당 기간 계속 주둔케 하는 등의 이스라엘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평화안을 제시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골덴버그 연구원은 전망했다.
팔레스타인 측으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이스라엘 정부는 이를 수락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이스라엘이 선호하는 새로운 평화 기준을 설정하는 셈이 되고 팔레스타인 측으로서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방향으로 양자 간 거리가 더욱 멀어지게 될 것이다.
여기에 이스라엘은 자신들이 수락한 평화안을 팔레스타인 측이 거부할 경우 일방적으로 절차를 진행해 팔레스타인 영토 상당 부분을 다시금 병합할 수도 있다.
2국가 해법은 사실상 물 건너가는 셈이다.
골덴버그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사우디를 비롯한 아랍국들에 새로운 평화안을 의존하고 있으나 여의치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 대응에 치중하고 있는 사우디 등이 팔레스타인 측에 평화안을 수락하도록 압박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사우디가 실제 아바스 PA 수반에게 평화안 수락을 압박했다 아랍권 내에서 큰 역풍에 시달리고 있음을 지적했다.
골덴버그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사우디에 지나치게 '투자' 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팔레스타인에 실제 영향력을 가진 아랍국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집트와 요르단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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