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라 사막 국경에 이주자 1만명 내팽개친 알제리

입력 2018-06-26 16:39
사하라 사막 국경에 이주자 1만명 내팽개친 알제리

사막서 걷다 어린이들 사망…EU는 난민 막으려 자금지원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아프리카 중서부 라이베리아 출신인 프린스 도는 알제리에서 4년간 타일기술자로 일하며 아내와 3살 아들을 부양했다.

도의 가족은 어느 날 집으로 들이닥친 알제리 경찰에 의해 다른 이들과 함께 사하라 사막의 국경지대로 옮겨졌고, 이들을 태우고 온 트럭은 바로 떠나버렸다.



도는 "아들과 사막을 걸어야 했다"며 "많은 어린이가 함께 있었는데 앞에서 가던 일부 어린이는 사막에서 숨졌다"라고 말했다.

그는 운 좋게도 걸은 지 45분 만에 그들을 구조하려는 트럭을 만났지만, 일부는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서 6시간을 걸어야 했다.

지중해에 면한 북아프리카 국가 알제리가 최근 많은 이주민을 남부 국경지대의 사하라 사막에 던져놓는 식으로 추방 조치를 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26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이들 이주민은 작열하는 사막의 태양 아래서 식량이나 물도 없이 가까운 이웃 국가 니제르의 마을을 찾아 사투를 벌이고 있다.

신문에 따르면 알제리는 지난해 9월 이후 트럭을 이용, 이주민 1만 명 이상을 니제르 접경지인 남부 국경 지역에 내려놓았다.

북아프리카 국가들은 사하라 사막 이남의 이주민들이 지중해로 가 유럽으로 향하는 것을 막으려 엄한 단속을 하고 있고, 난민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영국과 유럽연합(EU)으로부터 재정지원을 받는다.

2016년 상반기에 지중해를 넘은 난민이 21만6천 명에서 올해 같은 기간 4만1천 명으로 급감했지만, 알제리 당국이 사하라 사막에 내려놓은 이주민 수는 급증했다.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알제리와 니제르 사이 사막에 남겨진 이들은 135명이었다. 하지만 올해 4월에는 20배가 넘는 2천888명으로 늘었다.

이런 추방은 기온이 43도에 이르는 낮이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사막의 모래 언덕에서 헤매야 하는 밤을 가리지 않는다.

가장 가까운 지역에 산재한 니제르의 작은 마을을 찾아가려면 길게는 수 시간을 걸어야 하는 데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죽을 고비를 넘기고 있으며 실제로 어린이들은 여럿 사망했다.



이렇게 추방된 이들은 대부분 일자리를 찾아 알제리로 온 사람들이다. 물론 일부는 유럽으로 가는 통로로 알제리를 이용하고 있으며 단지 소수만이 이탈리아와 스페인으로 가는 선박에 올라탄다.

리비아와 맞닿은 니제르 북동부 국경의 경우 유럽의 막대한 자금지원으로 경계가 크게 강화되면서 브로커들은 이주민들을 알제리 쪽으로 유도하고 있다. 덩달아 알제리는 전역에 걸쳐 철저하게 단속하고 있다.

특히 알제리를 포함한 북아프리카 국가들도 경제 위기나 높은 젊은층 실업률에 시달리는 만큼 불법 이주자들에 대한 관용을 기대하기는 더 어려워졌다.

IOM 니제르 사무소의 기우세페 노프레테 대표는 "(이주자들이) 이유도 모른 채 국경으로 보내지고 있다"며 "일부는 건설현장에서 일하다 바로 끌려와 작업복을 입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일부는 저축도 챙겨 나오지 못하는 만큼 바로 되돌아가려 하기도 한다.

알제리 정부 측은 유엔 단체들이나 다른 아프리카 나라들이 이민자 문제 해결을 위해 주머니를 열지도 않으면서 비난만 한다고 불만을 표시했지만, 유엔난민기구(UNHCR)는 "이처럼 잔혹한 방식이 일어나는 것은 불행한 일"이라고 말했다.

cool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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