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 살해 40대 집·야산 현장검증…고개 숙인 채 묵묵부답
피해자 돈 인출했다가 덜미…현장에서 범행 상황 재연
근처 주민 "평소 인사성 밝고 인상 좋아 짐작 못 했다"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자신의 집에서 지인을 살해해 근처 야산에 매장한 혐의로 구속된 40대가 경찰의 현장검증에서 범행 상황을 재연했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이날 오전 10시 피의자 박 모(48) 씨의 거주지이자 그가 지인을 살해한 장소로 지목한 노원구 한 연립주택에서 현장검증을 벌였다.
포승줄과 수갑에 묶인 채 흰 마스크와 검은 모자를 써서 얼굴을 가린 박 씨는 어깨를 움츠리고 고개를 숙인 채 경찰차에서 내려 형사들에 이끌려 자신의 집을 향했다.
그는 "유족들에게 한마디 해 달라"는 취재진의 요청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경찰은 인형을 이용해 박 씨의 범행을 재연했다. 박 씨의 반지하 집 안에서 이뤄진 현장검증은 출입이 통제돼 구체적으로 박 씨의 진술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시간당 30㎜ 안팎의 호우가 일대에 쏟아진 이 날 경찰은 우비를 입은 의무경찰을 집 근처에 배치해 주변을 통제했고, 주민들은 차에서 내려 집으로 향하는 박 씨를 지켜봤다.
현장검증을 지켜보던 근처 주민 강 모(65·여) 씨는 "박 씨와 같은 건물에 사는 주민한테 들었는데, 평소에 인사성도 밝고 인상도 좋아서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강 씨는 또 "최근 한 달 가까이 집을 비웠다가 다시 모습을 드러내서 무슨 일인가 했는데, 다시 동네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지 3일 만에 경찰이 (박 씨의) 집에 와서 데리고 가길래 안 좋은 일에 연루됐을 것으로 짐작했다"고 설명했다.
박 씨는 집에서 벌어진 범행 당시 상황을 설명한 데 이어 피해자의 시신을 비닐 봉투에 넣어 집 앞에 있던 오토바이에 싣는 모습까지 재연했다. 경찰은 차로 약 10분 거리인 노원구 수락산으로 자리를 옮겨 박 씨가 시신을 매장한 상황을 검증했다.
두 차례의 현장검증은 자리를 옮기는 시간까지 포함해 40여 분 만에 끝났다. 경찰 관계자는 "조만간 사건을 마무리해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 씨는 지난 8일 자신의 집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A 씨를 흉기로 살해한 뒤 시신을 야산에 매장한 혐의(살인 및 사체유기)로 23일 구속됐다.
박 씨는 여장한 채 A 씨 계좌에서 현금을 인출하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녹화돼 실종 신고를 접수하고 수사 중이던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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