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시간표' 있나 없나…폼페이오-매티스측 '엇갈린 메시지'

입력 2018-06-26 11:45
'비핵화 시간표' 있나 없나…폼페이오-매티스측 '엇갈린 메시지'

폼페이오 CNN 인터뷰서 "시간표 없다"…매티스 측 발언과 대치

3차 방북 지연된 폼페이오, '탄력적 대응' 의미로 해석

(서울=연합뉴스) 강건택·권혜진 기자 = 북한과 미국의 '포스트 6·12' 비핵화 협상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메시지가 엇갈리는 분위기다.

미국이 북한에 곧 비핵화 이행시한을 담은 '시간표'(timeline)를 제시할 것이라는 예고가 나온 지 하루 만에 비핵화 협상에 '시간표가 없다'는 상반된 언급이 나왔기 때문이다.

자칫 엇박자로도 비칠 수 있는 '시간표' 논란은 미국의 외교수장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안보사령탑인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측 사이에서 불거져 특히 주목된다.

먼저 시간표를 꺼내든 쪽은 매티스 장관 측이었다.

24일(현지시간) 매티스 장관의 아시아 순방 직전 기자들과 만난 익명의 국방 관리는 "정상회담 합의문 이행이 어떤 모습이 될지에 대한 우리의 구상을 북한에 제시할 것"이라며 "특정 요구사항과 특정 시간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리는 이어 "우리는 그들(북한)이 선의로 움직이는지 아닌지를 곧 알게 될 것"이라며 구체적인 결과물을 보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가시적인 비핵화 스케줄을 내놔야 한다는 미국 조야의 주장과 궤를 같이하는 발언이다.





그러나 폼페이오 장관은 25일 방영된 미국 CNN 방송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2개월이든 6개월이든 그것에 대해 시간표를 설정하지 않으려고 한다"면서 "북미 정상이 제시한 것들을 달성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언급, 대조적인 입장을 보였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미국 정부가 조만간 북한에 비핵화 시간표를 제시할 것이라는 국방부 관료들의 발언은 물론 오는 2020년을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주요 성과를 내야 하는 목표 시한을 설정한 본인의 과거 발언과도 배치된다.

앞서 폼페이오 장관은 정상회담 직후인 지난 14일 "우리는 북한의 '주요 비핵화'를 앞으로 2년 반 내에 달성할 수 있다는 데 희망적"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현 임기가 끝나는 2021년 1월 전에 '주요 비핵화'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CNN은 폼페이오 장관이 전화 인터뷰에서 기사적인 비핵화 조치의 데드라인 설정을 거부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북미정상회담을 총괄 지휘한 폼페이오 장관과 군사 분야를 지휘하는 매티스 장관이 엇박자를 내면서 '비핵화 시간표' 유무에 대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미국 언론도 이를 두고 '엇갈린 메시지'(mixed messages)라며 양측의 발언 차이에 주목했다.

반면 두 사람의 메시지 차이를 엇박자로 단정하긴 이르다는 말도 나온다.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은 비핵화 협상에서 정해진 시간표에 얽매이기보다는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하고 이를 토대로 실질적 조치를 끌어내는 데 무게를 싣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기본적인 북한 비핵화의 목표 시점은 정해두겠지만, 협상 스케줄에는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이날 인터뷰에서 "시간표를 정하지 않겠다"면서도 "협상을 지속할 만큼 충분한 진전이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재평가하겠다"는 압박성 발언을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는 해석이다.

그는 그러면서 "진전을 만들어내기 위한 진전이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런 발언은 신속한 재방북을 촉구하는 의도로도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은 정상회담 직후 "다음주 언젠가 협상을 시작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3차 방북이 임박했음을 시사했지만 아직까지 방북이 이뤄지지 않아 시기가 다소 늦춰진 분위기다.



나아가 폼페이오 장관의 CNN 인터뷰가 매티스 장관 측 인사보다 하루 먼저 이뤄졌다는 점에서 일부러 국방 관리의 '시간표 발언'을 반박하는 의도는 아니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이런 해석에 무게를 싣는다.

데이나 화이트 국방부 대변인도 트위터를 통해 "국방부는 북한과 진행 중인 외교적 절차를 지지하며 여기에는 구체적인 시간표는 없다"고 재확인한 뒤 "북한에 관한 국방부 인사의 발언은 협상의 군사적 측면에 한정된 것"이라고 밝히며 엇박자 논란을 일축했다.

매티스 장관도 25일 한·중·일 순방을 위해 중국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북한의 비핵화 이행 여부를 어떻게 알 수 있느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어제를 포함해 지난 4일간 매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과 전화통화를 했다. 우리는 밀접하게 협력하고 있다. 그가 (진전된 상황을) 계속 알려줄 것이고, 나는 폼페이오 장관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갖고 있다"며 폼페이오 장관과 긴밀하게 공조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다만, 두 수장 간에 일부 혼선이 있다면 폼페이오 장관의 언행에 더 비중을 둬야한다는 것이 안팎의 평가다.

폼페이오 장관은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후속협상 책임자'로 명시된 협상 '키맨'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점에서다.

게다가 NBC 방송은 매티스 장관이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외교·안보정책 결정에서 사실상 배제되고 있다며 행정부 내의 '매티스 패싱' 기류를 전했다.

luc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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