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외교정책은 일방주의와 고립주의의 기묘한 혼합"

입력 2018-06-26 11:14
"트럼프 외교정책은 일방주의와 고립주의의 기묘한 혼합"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좌충우돌식 정책이 기존의 세계 질서를 뒤흔들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 정책의 실체는 일방주의와 고립주의의 기묘한 혼합이라는 외교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왔다.

그리고 시대를 거스르는 이러한 기묘한 정책 조합이 미국과 동맹과의 관계뿐 아니라 잠재적으로 세계 평화에도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전통적인 동맹가치를 더는 신봉하지 않음에 따라 미국과 유럽 동맹이 전례 없는 차원의 위기를 맞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미 프랑스 대사를 지낸 외교관인 프랑수아 들라트르 유엔주재 대사는 2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이 과거 앤드루 잭슨 대통령의 포퓰리즘 시대로 회귀하고 있다면서 자신은 관세 폭탄과 이란 핵 합의 파기로 대변되는 트럼프 행정부의 최근 외교정책을 '일방적 고립주의'로 지칭할 수 있다고 말했다.

들라트르 대사는 "이러한 사조는 우리가 좋아하는 것과 관계없이 미국 역사의 한 부분이 돼왔다"면서 "따라서 현 행정부 이후 이것이 사라질 것이라고 믿을 이유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탈이 트럼프 행정부 이전부터 시작됐으며 트럼프 이후에도 (이것이) 지속할 것으로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들라트르 대사는 이러한 태도가 전통적인 세계 질서로부터 미국의 후퇴를 야기했으며 이는 '새로운 세계 무질서'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제 미국은 더는 국제질서의 마지막 집행자 역할을 하려 하지도, 할 능력도 없다고 비판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차관을 지낸 니컬러스 번스도 최근 관세와 이민 등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나타난 회원국 간 내분을 계기로 유럽 측이 대서양 동반자 관계에 큰 위기감을 느끼고 있으며, 위험한 순간을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번스 전 차관은 대서양 양안에 존재했던 기본적인 동맹가치가 트럼프 행정부 들어 크게 변질한 점을 지적했다.

1950년대 수에즈운하 사건이나 1980년대 레이건 미 행정부의 중거리 핵미사일 배치 강행에 따른 유럽 미사일 위기,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등 역사적으로 미국과 유럽이 대립한 경우가 없지 않았지만, 동맹에 대한 기본 가치관이나 기본 계약관계는 변함이 없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트루먼이나 아이젠하워와 같은 가치관을 더는 신봉하지 않고 있다는 게 유럽 지도자들의 생각이라고 번스 전 차관은 지적했다.

앞서 미국과 유럽이 대립했던 역사적 위기와 지금의 위기가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번스 전 차관은 이제 미국이 유럽과 강력한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려는 것은 '낭만주의'가 아니라 무역과 투자, 군사동맹 등 '사적인 이익'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들라트르 대사는 미국의 지도력이 없어진 상황에서 동맹들은 유엔이나 일시적인 연합체 등 다른 무대로 향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이것이 우선적인 선택은 아니며 동맹들은 아직 미국의 지도력을 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주의 행동으로 국제정세가 혼란을 겪고 있는 상황을 '민족주의 인터내셔널'이라는 새로운 사조로 지목했다.

서방에서 민족주의 정당들이 약진하고 있으며 이들 정당은 서로로부터 영감을 얻으면서 협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칼럼니스트 가이디언 래크먼은 이러한 상황의 중심에 트럼프 대통령이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흔히 세계 무대에서 고립된 독특한 존재로 간주하고 있지만, 사실은 새로운 국제적 추세의 비공식 지도자로 부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정치를 보다 민족주의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킴으로써 모든 곳의 정치 기조를 변화시키고 있다면서 헝가리와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등지에 이념적 동조자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독일이나 영국 등지의 기성 정당에도 민족주의적 주제가 점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yj378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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