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전시 수 줄이고 조사·연구 강화(종합)

입력 2018-06-26 17:11
수정 2018-06-26 17:11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수 줄이고 조사·연구 강화(종합)



내년도 개관 50주년 앞두고 중기 운영혁신 계획 발표

연구→수집→전시→출판 체제 구축…작품 수집 규정도 개정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내년 개관 50주년을 맞는 국립현대미술관(MMCA)이 전시 수를 줄이고 조사·연구를 강화해 내실을 다지기로 했다.

작품수집 규정 개정을 통해 소장품 질을 개선하고, 지역 공·사립 미술관과의 협력도 강화한다.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은 2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서울관 기자회견에서 이러한 내용을 담은 '국립현대미술관 중기 운영혁신 계획'을 발표했다.

1969년 경복궁에 설립돼 이전과 확장을 거듭한 국립현대미술관은 올 연말 청주관이 개관하면 과천관·덕수궁관·서울관·청주관 4관 체제가 된다.

국내 유일의 국립미술관에다 미술관 규모로는 세계 최대 수준이지만, 전시 수준이나 소장품 규모·질이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미술관은 핵심 기능인 전시 역량 강화를 위해 3~5년 앞서 전시 기획을 수립하고 연구·수집·전시·출판으로 이어지는 시스템을 정착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개관 50주년 기념 3관 통합전인 '20세기 이후 한국미술: 광장', 국내 근·현대 거장 개인전, 미디어미술·근대사진·근대공예 등 주제전 등 2019~2022년 예정된 주요 전시 프로그램 얼개도 이날 일부 공개됐다.

더 충실하고 완결된 전시를 위해 수도 줄인다. 수년 전만 해도 40여 개였던 3개 관 전시는 2017년 27개, 2018년 24개로 점차 감소했으며 내년에는 이보다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미술관은 소장품 기반 20세기부터 현재까지의 동시대 미술 연구, 근대미술 담론 연구, 아시아 담론 연구, 아시아 모더니즘, 과천관 상징인 백남준 '다다익선' 보존과 아카이빙 등 미술관 중장기 연구과제도 설정했다.

마리 관장은 "현재 전시 프로그램과 인력, 예산간 균형이 맞지 않는다"라면서 "미술관 조직과 전시운영 수준이 미술관 운영을 위한 일부 기본적인 수준을 못 따라가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국제 미술계에서 한국미술 위상을 제고하고자 국외 기관과의 공동 전시도 적극 모색한다.



제니 홀저, 히토 슈타이얼 등 세계적 명성의 작가들 신작 커미션, '20세기 이후 한국미술: 광장' 미주 순회전, 구겐하임 미술관과의 협력을 통한 '한국의 실험미술' 미주 순회전 등을 협의 중이다.

미술관은 국내 유일 국립미술관이라는 격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된 소장품 개선에도 나서겠다고 밝혔다.

내부 학예직으로만 구성된 1차 가치평가위원회를 근대·현대·국제·응용미술 4개 분야로 개편하고, 관내 연구직뿐 아니라 100여 명에 이르는 외부 전문가들의 제안도 적극적으로 수용해 작품수집에 참고한다.

2차 가격자문위원회는 외부 전문가 3인 이상으로 구성하며, 3차 수집심의위원회에서 1, 2차 평가의견을 토대로 종합적으로 결정하도록 했다.

지난해 2월 연구기획출판팀을 신설해 운영 중인 국립현대미술관은 외부 협력을 강화하고, 아시아 보이스 리서치 프로젝트, MMCA 독립연구 프로그램, '미술관은 무엇을 하는가' 프로젝트 등 다양한 관련 프로젝트도 벌인다.

지역 공·사립미술관과는 국립미술품수장보존센터인 청주관 완공을 계기로 보존과학 부분에서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임기를 6개월 남겨둔 마리 관장은 지금 시점에 중기 계획 발표가 적절하냐는 물음이 잇따르자 "10년간 진행된 법인화 논의가 (백지화로) 마무리됐고 미술관 체질을 어떻게 개선·발전시킬지를 밝혀달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밝혔다.

마리 관장은 이어 "관장 임기 때문에 중장기 계획을 제시하지 않는 것은 미술관으로서 정체성을 포기하는 것"이라면서 "다른 관장이 제 후임으로 오더라도 미술관 방향성은 존중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관장 교체시 중기 계획의 실현 가능성에 의구심을 품는 의견도 계속 제기됐다.

이에 강승완 학예연구실장은 "미술관 운용방향이 중요한 만큼 3~5년 정도 우리 미술관 중기 비전을 짚어보자는 취지에서 마련한 것"이라면서 "대부분이 학예실에서 만든 자료이고 70~80%가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air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