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남춘 "내 스승은 노무현…새로운 인천 가꿀 것"
"인천, 실패한 사람들의 도시 아니다…'인천특별시대' 조성"
"쓰레기매립지 합의 서울·경기와 재협의"
(인천=연합뉴스) 강종구 기자 = 박남춘 인천시장 당선인은 "인천은 누가 말한 것처럼 실패한 사람들의 도시가 아니다"라며 "인천특별시대를 '인천특별시민'과 함께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박 당선인은 26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원도심 활성화, 진정한 재정 건전화, 서해평화협력 중심도시 조성 등 산적한 과제가 많다"며 "중앙정부와 긴밀한 협력으로 주요 현안을 하나씩 풀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6·13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 후보인 유정복 인천시장을 상대로 승리한 박 당선인은 해양수산부 근무 시절인 2000년 장관으로 취임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만난 것을 계기로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에 근무했고 훗날 정계에 입문했다.
다음은 박 당선인과 일문일답.
-- 6·13 지방선거에서 수도권 광역단체장 중 최다 득표율(57.7%)로 당선됐다. 압승을 예상했는지, 승리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 마음 놓고 낙관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인천시민께서 새로운 인천을 선택해 주실 것이라고 믿고 저의 진심과 진실을 전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수도권 최고 득표율 당선보다는 민주당 소속 구청장·군수, 시·군·구의원 후보 대부분이 이겼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고 시민 여러분께 특별히 감사드린다. 어깨가 더 무거워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 당선 후 첫 주말을 이용해 봉하마을을 방문,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당선인은 노 전 대통령과 인연으로 정치를 시작하게 됐는데 감회는 남달랐을거 같다.
▲ 참여정부 때 국정상황실장과 인사수석을 지낼 당시 노 전 대통령이 우리에게 제일 강조한 것이 있다. '국민의 아픔이나 바람을 외면하는 정치는 버림받는다. 참여를 많이 할 수 있게 하고 거기에 정치가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참여정부 5년간 그런 것을 배웠다. 그래서 바닥에서부터 시민의 애로가 무엇인지, 무엇을 바라는지 잘 살피는 창구를 운영하며 새로운 인천을 만들어 갈 것이다.
-- 후보 시절 인천의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원도심 활성화를 꼽았다. 원도심 부흥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 원도심 활성화에 주력하기 위해 급과 격,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기구가 있어야 한다. 부시장 중 한 명을 원도심 부시장으로 임명하고,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버금가는 원도심전담 총괄기구를 신설해 강력한 행정지원체계를 구축하겠다. 도시재생 현장마다 현장소통센터를 설치해 주민과 소통하는 도시재생사업이 되도록 하겠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도시재생 뉴딜사업 선정이 많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 국비를 최대한 지원받을 것이다.
-- 인천시가 재정위기 주의 단체에서는 올해 2월 해제됐지만 여전히 예산 대비 채무 비율은 전국 최악 수준이다. 진정한 재정 건전화 달성을 위한 방안은.
▲ 가장 먼저 시의 재정 상황을 정확히 진단하고 체질을 바꾸려는 근본적 대안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 일시적 세수증가에 따른 호조인지, 지속가능한 것인지부터 구체적 진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불필요하게 진행됐던 '보여주기'식 치적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시 재정에 대한 정보공개와 시민 감시 시스템을 강화해 예산 낭비 요소를 줄여갈 것이다.
-- 당선인은 1호 공약으로 '서해평화협력 중심도시 인천' 구현을 제시했다. 세부사업을 보면 지방정부 단체장만의 힘으로 실현되기 어렵고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과 북한 당국의 협조가 반드시 수반돼야 실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공약 실행을 위한 당선인의 복안은.
▲ 남북관계가 풀리면 가장 큰 혜택을 받는 곳이 바로 우리 인천이다. 지금 한반도에 불고 있는 남북평화의 훈풍을 반드시 타야 한다.
우선 영종도∼신도∼강화도 도로 건설을 조속한 시일 안에 관철하겠다. 신도∼강화도 도로 건설사업은 민자유치 사업으로 추진돼 진척이 별로 없는데 이 구간도 영종도∼신도 도로처럼 정부 예산을 투입하는 재정사업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중앙정부와 협의를 이어갈 것이다.
시 차원의 남북교류 관련 부서 재편이나 조례 제정 등 시 차원의 노력은 물론,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 등 중앙정부와 긴밀한 협력을 통해 인천에 남북평화협력의 깃발이 나부낄 수 있도록 하겠다.
-- 서울지하철 2호선을 홍대입구에서 부천 원종동을 거쳐 인천 계양·청라까지 연결하는 광역교통망 건설도 주요 공약 중 하나다. 사업비가 수조원대에 이르지만 경제성은 떨어져 공약 실현까지 상당한 난관이 예상된다는 지적이 있다.
▲ 원종∼홍대 노선은 지적대로 시간 절감 편익이 크지 않아 경제성 확보가 어렵지만 함께 추진하는 청라∼신도림(홍대입구) 노선은 시간 절감 편익 효과가 크고, 신정차량기지 개발이익 편익까지 추가돼 경제성 확보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
서울 2호선 청라 연결 공약 이행에 예상되는 총사업비는 약 2조6830억원이다. 1조원은 서울 신정차량기지 개발이익금으로 충당하고 나머지 예산은 노선이 통과하는 서울시·경기도·인천시가 각각 분담한다. 또 이 노선은 광역철도이므로 정부와 지자체 분담비율이 7대3이다. 인천시가 충분히 분담할 수 있는 수준이며 사업 실현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 수도권매립지 사용 종료 시점을 분명히 적시하는 방향으로 4자협의체 합의를 재협의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는데, 매립지 문제 해결을 위한 당선인의 대안은 무엇인가.
▲ 민선6기 인천시와 자유한국당은 수도권매립지공사(SL공사)의 인천시 이관이 안 돼 매립지 종료와 테마파크 추진, 대체매립지 확보 등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했지만, 수도권매립지 종료는 대체매립지가 확보돼야 가능한 것이다. SL공사 이관과는 별개의 문제다. 설령 졸속으로 합의된 4자 합의에 따라 SL공사를 이관받아도 매립지 종료가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서울·경기의 생매립쓰레기 처리까지 인천시가 책임져야 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전임 시장의 졸속 협의로 매립 이외에 최소 30년, 길게는 50년 이상 매립가스와 침출수 처리 등 사후관리까지 인천시가 떠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재협의를 통해 조건 없는 매립지 소유권 이관과 정확한 매립지 종료시한을 요구할 것이다.
-- 참여정부 시절 인사수석비서관 경험이 있어 공정하고 합리적인 인사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당선인의 인사 철학과 원칙은.
▲ 참여정부의 인사 원칙은 '적재적소(適材適所)'가 아닌, '적소적재(適所適材)'였다. 인재를 데려와 적당한 자리를 만들어 주는 방식에서 벗어나, 마련된 자리에 가장 적합한 인재를 추천하고 검증해 배치했다. 지금도 단순히 연공서열에 의한 인사가 아닌, 자리에 적합한 사람을 찾아내는 능력 중심의 인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철학이다. 모든 인사는 시스템에 의해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진행할 것이다.
당선된 지 시기적으로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임기 초기 인사 폭은 핵심 직위만 단행할 것이다. 예를 들면 정무부시장·비서실장·행정관리국장·인사과장·대변인 정도만 인사를 하고 다른 자리는 차차 논의할 것이다.
-- 유정복 시장의 역점 사업 중 승계해야겠다고 생각한 사업이 있는지.
▲ 민선 6기가 추진한 주요 국책사업, 지역개발사업, 주민 숙원사업들에 대해 면밀히 살펴보고 계속 이어갈 것이 있다면 계승 발전해 나갈 계획이다. 시장이 바뀌었다고 전임 시 정부에서 추진하던 계획을 모두 중단하거나 바꾸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그러나 관(官) 주도로 이뤄진 지역 정체성 강화 사업이나 인천 내 지역 축제를 애인(愛仁·인천사랑) 페스티벌 등 하나의 이름으로 묶어 한 시기에 개최하는 것은 지양할 것이다.
-- 민선 7기 출범을 맞아 시민에게 하고 싶은 말은.
▲ 위대한 인천시민 여러분께서는 우리 인천이 누가 말한 것처럼 실패한 사람들의 도시가 아닌,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희망의 도시라는 사실을 투표로 증명해 주셨다.
출마선언 당시 약속했던 '인천특별시대'를 '인천특별시민'과 함께 만들어가겠다. 300만 인천시민 모두가 웃은 뒤, 맨 마지막에 웃는 시장이 되겠다. 시민과 함께 여는 새로운 인천에 많은 기대와 성원을 부탁드린다.
iny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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