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롱맨' 파죽지세…황제·차르·파라오 이어 술탄도 떴다

입력 2018-06-25 16:25
'스트롱맨' 파죽지세…황제·차르·파라오 이어 술탄도 떴다

터키 에르도안 대통령, 대선·총선 승리로 장기집권 야욕

(서울=연합뉴스) 이동경 기자 = 세계 권위주의 지도자들의 장기집권 대열에 레제프 타이이프(64) 에르도안 대통령이 가세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치러진 대통령선거에서 과반을 득표해 결선투표 없이 당선을 확정 지었고, 총선에서는 여권 연대가 승리했다.

특히 5년 임기인 에르도안이 개정 헌법에 따라 중임을 하면서 조기 선거를 시행해 당선되면 5년을 다시 재임할 수 있게 됨에 따라 2033년까지 장기 집권하는 길을 마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2003년 총리에 올랐던 그가 총리에 재임한 기간까지 합치면 30년간 최고 권력자 자리를 유지하는 것이다.

서방의 언론들과 인권단체 등은 개헌을 통해 전제적인 1인 지배체제를 구축한 에르도안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면서 '21세기 술탄'(Sultan)이라는 수식어를 달았다.

통치자를 의미하는 아랍어가 어원인 '술탄'은 이슬람 종교지도자 겸 터키의 전신인 오스만제국의 황제를 일컫는 용어로 쓰인다.



에르도안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 등이 얻은 장기집권 칭호인 '황제', '차르', '파라오'에 '술탄'을 추가했다.

시 주석은 개헌을 통해 국가주석 임기 제한 조항을 삭제해 장기집권의 기반을 마련하면서 '시황제'라는 별명을 얻었다.

푸틴 대통령은 부정선거 의혹 속에서 4기 집권에 성공한 뒤 측근들이 이미 5기 집권을 노리는 개헌을 추진, 제정 러시아의 황제를 의미하는 '차르' 못지않은 지위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는다.

엘시시 대통령은 지난 4월 연임을 확정한 뒤 동맹 세력들이 임기 제한을 넘어 대통령직을 유지하도록 허용하는 헌법 개정을 추진 중이어서 고대 이집트의 최고 통치자를 일컫는 '21세기 파라오' 등극이 멀지 않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에르도안이 이러한 반열에 오른 것에 대한 터키 국민의 평가는 전제 군주와 덕망있는 지도자 사이에서 엇갈린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적했다.

에르도안이 이스탄불 시장을 할 때 전담 이발사를 했던 야사르 아이한(52)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에르도안에 투표했고, 자랑스럽다. 그는 한 명의 지도자일 뿐 아니라 세계의 지도자다"라며 "말한 바를 행하고 공정한 그에게 믿음이 간다"고 했다.

아이한은 "에르도안은 적들에게 신사적이면서 때로 거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호흡곤란으로 친구의 도움으로 산소통을 지닌 채 투표장에 나간 풀리아(39)라는 여성은 "의회 체제가 복구되기를 희망한다"며 "우리는 1인 통치를 반대하고 모든 사람이 대표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투표를 한 이유는 한 지도자가 정치 인질이 돼서 감옥에 있기 때문"이라며 에르도안이 당선되고 나서 휘두를 절대권력에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레제프(37)라는 남성은 '같은 고향'이라는 이유로 에르도안에게 표를 줬지만, 총선에서는 에르도안이 이끄는 여당인 정의개발당(AKP)이 부패했기 때문에 야당에 투표했다고 말했다.



hopem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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