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서 블록버스터 뮤지컬로…'마틸다' 비영어권 최초 韓공연
천재 소녀의 성장담…달 동화 원작·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 제작
'마틸다' 역에 600명 지원자 중 4명 선발…9월 8일 개막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마틸다'는 굉장히 다양한 요소를 갖춰야 합니다. 아주 작은 천재 소녀인데, 굉장히 반짝거리는 마음을 갖고 있어요. 겉으로는 아무 표정이 없지만 강렬한 눈빛 뒤에 수많은 생각과 에너지를 지니고 있죠."
올해 하반기 공연계 기대작 중 하나로 꼽히는 웨스트엔드 최신 뮤지컬 '마틸다'가 오는 9월 8일부터 5개월간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20세기 최고의 이야기꾼'으로 불리는 세계적인 동화작가 로알드 달(1916∼1990)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초능력을 가진 천재 소녀 마틸다가 물질주의에 찌든 부모와 학교 교장의 부당함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아와 행복을 찾아 나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2011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초연된 이후 현재까지 성황리에 공연 중인 최신작으로, 이번 한국 라이선스 공연은 아시아 및 비영어권 최초로 선보여진다. 뮤지컬 제작사 신시컴퍼니 30주년 기념작이기도 하다.
이번 공연의 해외 협력 연출 닉 애슈턴은 25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제작 발표회에서 "지난 6년간 7개의 프로덕션에서 일했는데 비영어권에서 공연하는 건 처음"이라며 "이야기에 담긴 진실을 다른 언어로 표현하는 것은 놀라운 경험"이라고 말했다.
'마틸다'는 영국 최고 권위의 공연예술상인 '올리비에상'에서 베스트 뮤지컬상을 포함한 7개 부문을 휩쓸었으며, 미국 브로드웨이에 진출한 뒤 '토니상' 4개 부문 수상, '드라마데스크상' 5개 부문 수상 등을 기록했다.
이후 호주, 뉴질랜드, 아일랜드 투어 등을 거치고 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초능력 소녀를 중심으로 한 기발한 상상력과 동화적 판타지를 스펙터클한 무대 메커니즘과 결합했다는 점이다.
영국 명문 극단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RSC)'의 제작 역량이 총동원된 작품으로, 공연장에 들어선 순간부터 수많은 알파벳과 책으로 뒤덮인 대규모 무대에 압도된다.
무대 위 그네가 객석 위까지 넘나들고, 알파벳 블록은 노래·안무와 함께 입체적으로 쌓인다. 마틸다는 눈빛만으로 물건들을 움직이고, 마틸다를 괴롭히는 교장 선생님은 레이저 감옥을 즐겨 사용한다.
달 소설을 원작으로 한 만큼 '말맛'이 살아있는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이 때문에 한국 제작진은 번역과 윤색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이지영 국내협력연출은 "일명 '알파벳송'으로 불리는 '스쿨송'은 에이(A)부터 제트(Z)까지를 재치있게 엮어 만든 노래인데, 이 같은 노래를 한국어로 어떻게 번역할 것인지 고민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많은 고민 끝에 알파벳 소리와 일치하는 우리 말을 찾아 기발하고 맛깔스러운 가사를 만들었다"며 "맛있는 한국어 대본이 탄생했다"고 말했다.
주인공 마틸다 역에는 600명이 지원한 오디션 과정을 거쳐 4명이 선발됐다. 황예영, 안소명, 이지나, 설가은 등이 그 주인공이다. 신장 130㎝ 내외의 작은 소녀들은 노래와 춤, 연기를 모두 소화해내야 한다.
이지나는 "요즘 마틸다 책을 읽고 있는데 책과 대본의 내용이 똑같다"며 "똑똑하고 성숙하고 엉뚱한 마틸다가 나오는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무대 위에 서 있는 제가 떠오른다"는 소감을 밝혔다.
설가은은 "책과 영화로만 만나던 마틸다를 뮤지컬로 만나니 신기하다"며 "똑똑하고 현실적이면서 비밀스러움에 감싸진 친구 마틸다를 잘 소화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 마틸다의 따뜻한 조력자 허니 선생님 역에는 방진의·박혜미가, 악독한 캐릭터인 미스 트런치불 역에는 김우형·최재림이, 미세스 웜우드 역에는 최정원·강웅곤이 캐스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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