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오픈 우승 최민철 "작년엔 골프 접으려 했는데…"
(천안=연합뉴스) 권훈 기자= "그동안 너무 간절했다. 이제야 내가 갖춘 능력이 발현된 것 같아 기쁘다."
8년째 이어진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무명 생활을 한국 최고 권위의 한국오픈 우승으로 마침표를 찍은 최민철(30)은 예상과 달리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싱글벙글했다.
그는 "글쎄요? 덤덤하네요"라면서 "집에 가면 울지도 모르지만 당장은 기쁨을 만끽하고 싶을 뿐"이라며 웃었다.
최민철은 지난 7년 동안 무명 선수의 설움을 톡톡히 겪었다.
뉴질랜드 유학파지만 프로가 된 2011년 이후 작년까지 고난의 연속이었다. 시드 순번이 낮아 코리안투어 대회만큼 2부와 3부 투어 대회에 출전해야 했다.
드라이버 입스를 겪었고 성적이 나지 않자 자신감도 떨어졌다.
2016년에는 아예 시드를 잃어 퀄리파잉스쿨을 다시 치렀다. 지난해 준우승 3번으로 상금 2억원을 벌기 전까지 그가 코리안투어에서 상금으로 번 돈이 1억원 남짓에 불과했다.
프로 전향 전인 2007년 아버지가 뇌출혈로 쓰러져 가세가 기운 탓에 더 절박했던 최민철은 "사실 작년에는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 더는 안되면 프로 골프 선수는 그만두려고 했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그는 "우승하고도 남을 실력을 지녔다"는 자신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
승부 근성이 강한 최민철은 "무엇보다 긴장 속에서도 내 샷을 해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내 장점"이라면서 "그걸 잃지 않았던 게 이번 우승으로 이끌었다"고 말했다.
"기술적으로는 퍼트가 가장 문제"였다는 최민철은 "이번 대회에서는 샷뿐 아니라 퍼트가 잘 풀렸던 덕분에 우승할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그는 "결과보다는 과정에 집중했다. 동반 플레이어에 신경 쓰지 않고 내 경기에 집중했다"고 덧붙였다.
행운도 따랐다.
11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이 좀 두텁게 맞아 그린 앞에 버틴 연못에 볼이 빠지는 줄 알았다고 밝힌 최민철은 "러키 바운드로 버디 찬스가 왔고 그 찬스를 살렸다"고 아찔했던 순간을 돌아봤다.
2타차 선두로 맞은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과감하게 투온을 시도해 버디를 잡아낸 그는 "2위와 타수 차를 몰라서 일단 공격적으로 쳤다"면서도 "2타차 여유기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해도 그렇게 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민철은 한국오픈에는 지난해 처음 출전했고 이번이 두 번째다. 작년에도 예선을 치러 겨우 출전할 수 있었다. 그는 작년에도 사흘 내내 선두권을 달려 '무명 반란'을 예고했지만 6위에 만족해야 했다.
최민철은 "작년에 좋은 기억이 있어서인지 코스가 나한테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최민철은 프로가 되기 전인 2007년 아버지가 뇌출혈로 쓰러져 가세가 기울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때 경제적, 정신적으로 도움을 아끼지 않은 후원자를 만났고 '양아버지'로 모시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한 최민철은 "두 분 아버님께 우승의 영광을 돌리고 싶다"고 말했다.
오랜 무명 생활을 끝낸 최민철은 "이제 우승 물꼬를 텄으니 몸 관리를 잘해서 더 많은 우승하고 싶다"면서 "올해 목표가 3승인데 다 채우면 개인 타이틀도 하나쯤은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한국오픈 우승으로 세계 정상급 선수가 다 모이는 디오픈에 출전하게 된 최민철은 "이 기세를 몰아서 좋은 성적을 내보겠다. (세계적 스타라도) 다 똑같은 사람 아니냐"고 당찬 도전장을 던졌다.
오는 28일 열리는 KPGA선수권대회도 "우승 욕심을 내보겠다"는 최민철은 "다음 주에 비가 많이 온다는데 내가 비 올 때 잘 치는 편"이라면서 활짝 웃었다.
작년까지 레슨과 투어를 병행한 최민철의 대표 제자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6년째 뛰고 있는 박소연(26)이다.
박소연 역시 "우승할 실력은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아직 우승이 없다.
최민철은 "박소연이 늘 '코치님이 먼저 우승해야 나도 우승하지 않겠냐'고 말하곤 했다"면서 "이제 그 친구가 우승하면 더할 나위 없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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