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자동차 고율 관세 압박에 日 車업계도 '패닉'
日제조사들, 연간 22조원 추가 부담 전망…"장사할 수 없는 상황"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2일(미국 시간) '자동차 고율 관세 부과' 발언에 일본 자동차 업계가 흔들리고 있다.
유럽연합(EU)을 겨냥한 발언이지만 수입 자동차에 대한 고율 관세가 실현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대응책 마련에 서두르고 있다.
요미우리신문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4일 미국 정부가 수입 자동차가 국가 안보를 침해했는지 조사에 나선 가운데 22일 트럼프 대통령이 EU산 자동차에 20%의 고율 관세를 물리겠다고 직접 밝히고 나서자 일본 자동차 업계에서 불안이 커지고 있다.
한 대형 자동차 제조사 관계자는 "깜짝 놀랐다. 일본에 대한 관세 인상도 진의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수입 자동차가 미국의 국가안보를 침해했는지에 대해 조사에 나섰다. 현재 승용차 관세는 2.5% 수준이지만 조사 결과에 따라서는 수입차 관세가 최대 25%로 올라갈 수도 있다.
또다른 자동차 제조업체 관계자는 "실제로 관세 인상이 발동하면 자동차의 가격경쟁력이 없어질 것이다. 사실상 장사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작년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대형 자동차 제조사 6곳이 미국 자동차 판매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40%에 달한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일본 자동차의 절반가량은 미국 현지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지만, 30%는 일본에서, 20%는 캐나다 등 일본과 미국 이외 지역에서 만들어진 뒤 미국 내 수입 절차를 거친다.
다이와(大和)종합연구소는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자동차 관세를 크게 올리면 승용차와 부품을 포함해 일본 기업이 추가 부담해야 하는 관세는 연간 2조2천억엔(약 22조2천만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다급해진 일본 자동차 업계는 일본 제조사들의 미국 고용 창출 상황을 미국 현지에 적극 소개하며 홍보를 강화하고 있지만, 미국 정부가 얼마만큼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자동차 제조사들의 단체인 일본자동차공업회는 일본 업체들의 작년 미국 현지 생산이 377만대에 이르고 9만명을 현지 고용했다는 내용의 리포트를 미국 의회와 관련 부처, 언론에 배포했다.
또 이 단체의 회장인 도요다 아키오(豊田章男) 도요타 자동차 사장은 "(고율 관세가 부과되면) 자동차 가격 상승으로 미국 소비자들이 불이익을 입을 것이며 미국의 경제와 고용에 악영향을 초래할 것"이라고 입장을 발표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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