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총아에서 문제아로' 법 사각지대에 선 P2P·가상화폐

입력 2018-06-25 06:10
'핀테크 총아에서 문제아로' 법 사각지대에 선 P2P·가상화폐

P2P금융 연체·부도에 자율규제 고심…가상화폐거래소는 해킹·檢수사에 떤다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한혜원 기자 = 핀테크 산업의 총아였던 P2P(개인 간) 금융과 가상화폐(암호화폐) 거래소가 최근에는 잇단 사건·사고로 문제아로 전락했다.

P2P금융업체가 투자금을 상환하지 않고 잠적하거나 부도를 내는 사례가 일주일이 멀다고 벌어지고 있고 가상화폐 거래소는 중소업체는 물론 업계 1·2위 업체까지 해킹과 검찰 수사로 시끄러운 상태다.

이 와중에 투자자들의 불안을 키우는 것은 산업을 규제할 명확한 법이 없어 소비자 보호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 '제2의 저축은행 사태' 우려 낳는 P2P금융…자율규제로 해결될까

P2P금융업계는 최근 두 달 새 업체의 연체와 부도, 잠적 등이 이어지면서 투자자의 불신을 사고 있다.

지난해 대형업체였던 펀듀가 대규모 연체를 낸 뒤로 한동안 잠잠했던 업계는 최근 들어 2시펀딩과 오리펀드, 더하이원펀딩이 줄줄이 연체를 내고 잠적하면서 술렁였다.

이들 업체는 모두 짧은 상환 기간에 고수익 동산 담보 투자 상품을 내세웠던 곳이다.

부동산 상품을 취급하는 업체들도 흔들리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상품으로 약 229억원 상당의 누적대출액을 달성했던 헤라펀딩은 지난달 서비스를 전면 중단하고 이달 15일 폐업 신고를 했다.

또 다른 부동산 PF 취급업체 아나리츠는 투자금 돌려막기를 하다가 300억원을 상환하지 못해 대표와 재무이사가 검찰에 구속됐다.

이처럼 P2P금융업계의 잡음이 심해지면서 과거 저축은행이 줄줄이 도산했던 사태가 재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번진다.

그나마도 저축은행의 경우 5천만원 이하의 예금은 보호를 받았지만, P2P금융은 관련 법안이 없어 소비자 보호가 불가능한 상황이라 한층 심각하다.



업계 자체가 고사할 위기에 처하자 협회 등은 법안 통과 전까지 구실을 할 자율규제 방안을 내놓고 있다.

우선 한국P2P금융협회는 12일 임시총회를 열고 대출자산 신탁화와 불완전 판매 금지, 가이드라인 준수와 개인정보 보안관리를 따져보는 전수 실태조사 등을 담은 자율규제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렌딧과 8퍼센트, 팝펀딩이 모여서 만든 새 협회 준비위원회도 대출 채권 신탁화, PF 대출 취급 규제, 투자자 예치금은 물론 대출자 상환금과 회사 운영자금 절연, 외부 감사 기준 강화라는 4가지 명제를 내걸고 협회 출범을 준비 중이다.

협회는 올해 3분기에 출범할 예정이며, 현재까지 약 10여개 업체가 가입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준비위 관계자는 "법안이 나오는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만 (업계에서) 사고는 터지는 데 마냥 손 놓고 기다릴 수 없으니 자율규제 등을 통해 고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자율규제만으로 P2P업계의 부실을 막기는 역부족이다. 향후 제2의 저축은행 사태가 오는 것을 예방하려면 당국이 아예 부동산 PF 등 고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를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성준 렌딧 대표는 "근본적으로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투자금에 한도를 두는 것에 앞서 취급하는 대출자산의 건전성을 높일 수 있도록 대출자산에 대한 규제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 "업계 1위도 안심 못 해" 해킹 아니면 수사로 홍역 앓는 가상화폐 거래소

가상화폐 거래소 업계는 중소 거래소는 물론 업계 1·2위를 다투는 거래소까지 해킹과 사기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한층 혼탁한 모습을 보인다.

빗썸은 지난 20일 해킹으로 약 350억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탈취당했으며 입출금 서비스를 중단했다.

22일 농협은행 실명확인 입출금계좌에 한해 원화 출금 서비스를 재개하기는 했지만 아직 정확한 유출 코인 종류와 피해규모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빗썸과 함께 국내 최대 거래소 자리를 놓고 경쟁 중인 업비트는 사기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가상화폐가 없음에도 전산상으로는 있는 것처럼 꾸며 허위 충전한 뒤 나중에 가상화폐를 사서 메꾸는 식으로 투자자들을 속였다는 것이 주된 의혹이다.

은행 가상계좌를 부여받지 못한 중소 거래소 가운데 대장 격인 코인네스트도 업비트와 마찬가지 혐의를 받았고 대표가 구속기소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HTS코인 역시 마찬가지 상황으로 대표가 구속됐다.

업계 3위인 코인원은 2016년 제공한 마진거래 서비스가 도박장 개장에 해당한다는 경찰의 판단에 따라 대표 등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겨졌다.

코인원은 당시 회원들이 낸 보증금의 4배까지 공매수 또는 공매도할 수 있도록 하고 수수료를 받았다. 공매도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이용한 회원들도 처벌 대상자가 될 전망이다.

해킹 공격도 거래소 업계의 가장 큰 골칫거리다.

이달 초 코인레일이 약 400억원의 해킹 피해를, 야피존과 유빗이 각각 55억원, 172억원 상당의 해킹 피해를 봤다.

문제는 해킹으로 이용자의 자산 피해가 일어나더라도 이를 보상해 줄 법적 근거는 없다. 예방부터 피해보상까지 업체의 양심에 기대는 것 말고는 선택지가 없는 셈이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거래소가 내놓은 해결방안도 고스란히 이용자가 피해를 짊어지거나 가상화폐 발행업체에서 동결·보전하는 것이 전부였다.

각 거래소의 해킹 예방 노력도 미진한 상황이다.

국내 거래소 가운데 현재 ISMS 인증 심사를 받는 곳은 고팍스 한 곳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빗썸과 업비트, 코인원 등은 ISMS 인증을 추진 중이지만 아직 본 신청 단계에는 들어서지 못했다.

고팍스 관계자는 "ISMS 인증을 신청했다"며 "시간은 조금 걸리겠지만 추후 인증을 받으면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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