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한국에 미안합니다"…축구로 하나 된 한국과 멕시코
한인들 멕시코시티 한인주점·문화원서 단체응원…"아쉽지만 잘 싸웠다"
현지 주요 매체 10여 곳 열띤 취재경쟁…경기 후 대중가요 합창으로 화합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로 시엔토 코레아!(lo siento Corea. 한국에 미안합니다)"
23일 정오께 한국과 멕시코 축구 국가대표팀 간의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조별리그 2차전이 끝난 후 멕시코인들은 서로 얼싸안은 채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면서도 한국팀과 우리 국민, 한인들을 이같이 위로했다.
이날 수도 멕시코시티에서는 한인들의 단체응원이 두 곳에서 진행됐다. 한인타운인 소나로사 인근에 마련된 한인 운영 호프집과 폴랑코 주멕시코 한국문화원에서는 양국 간 경기가 진행된 90분간 내내 환호와 탄식이 이어졌다.
주멕시코 한국문화원에서 진행된 단체응원 참여 열기는 이른 아침부터 달아올랐다. 현지인과 한국인 346명이 사전 참석신청을 했으나 공간이 협소해 137명만이 입장했다. 일부 참석자들은 경기 시작 2시간 30분 전인 오전 7시 30분부터 긴 줄을 서기도 했다.
한인 운영 호프집에 마련된 210석도 경기 시작 전에 다 찼다. 교민과 유학생 등 70여 명이 현지인들과 어울려 경기 시작 전부터 응원을 주고받으며 흥을 돋웠다.
엑셀시오르, 밀레니오, TV 아스테카, 폭스 스포츠 등 현지 주요 언론 10여 곳이 이른 아침부터 주멕시코 한국문화원을 찾아 열띤 취재경쟁을 벌였다. 한인 운영 주점에도 폭스 스포츠, 레포르마, 중국 인터넷 매체 등이 찾았다.
전반전에 멕시코 축구팀이 페널티킥으로 첫 골을 얻자 현지인들은 열화와 같은 환호성을 지르며 자축했다. 함께 응원전을 펼치던 한국 교민들은 안타까움에 진한 한숨을 내쉬었다.
후반전에 멕시코에 한 골을 더 내주면서 패색이 짙어졌지만, 한인들은 손흥민이 후반 인저리타임에 멋진 중거리 슛으로 득점하자 서로 부둥켜안은 채 마지막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손흥민의 추격 골이 터지자 멕시코인들도 '환상적인 골'이라며 모두 일어서서 대한민국을 연호했다.
경기 종료 후 현지인들은 '시엘리토 린도'라는 대중가요를 합창하며 승리를 자축했다. 한인들은 멕시코인들과 서로 어깨동무를 한 채 이 노래를 함께 부르면서 화합을 다지기도 했다.
현지인들도 소칼로 등 시내 주요 광장에서 대규모 길거리 응원을 펼쳤다. 종료 휘슬이 울리자 멕시코시티 시내를 운행하던 차들이 일제히 경적을 울리면서 승리의 기쁨을 나눴다. 라디오방송과 TV 등 현지언론은 흥분된 목소리로 자국팀의 승리를 주요 소식으로 전했다.
마르코 엔리케는 "정말 놀라운 경기였다. 오늘 한국은 정말 강했고, 멕시코가 한국과 경기를 할 수 있어서 기뻤다. 한국 팀은 빠른 팀이었지만, 멕시코 선수들이 훌륭한 기술로 승기를 잡았다"며 밝게 웃었다.
한인 주점에서 열린 단체응원에 동참한 김상일 주멕시코 한국대사는 "축구를 매개체로 한국인과 멕시코인이 하나가 돼 응원했다"면서 "오늘의 승자는 한국과 멕시코 두 나라였다"고 자평했다.
교민 장중익 씨는 "패배해 아쉽지만 최선을 다해 잘 싸웠다. 한국이 젊은 선수들을 더 키우고 차근차근 준비하면 언젠가는 월드컵 4강 신화를 재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penpia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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