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최다안타 1위' 박용택 "우승할 때까지, 유니폼 못 벗어요"
"양준혁 선배 말씀대로 3천 안타 도전…김용달 코치님·서인석 분석원 감사"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제가 양준혁 선배님 기록을 깰 것으로 생각한 사람은, 저 하나일 걸요."
박용택(39·LG 트윈스)이 유쾌하게 웃었다. 하지만 곧 씁쓸한 미소도 지었다.
"이 나이가 될 때까지 LG가 한 번도 우승하지 못할 것이라고는 나도 생각하지 못했죠."
그래서 박용택은 한 걸음 더 뛰고, 한 번 더 생각한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니 KBO리그 개인 통산 최다 안타(2천321개) 기록까지 세웠다.
박용택은 23일 서울시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경기에 3번 지명타자로 나서서 5-7로 추격한 4회말 1사 1, 2루, 이날의 세 번째 타석에서 좌완 고효준의 시속 123㎞ 커브를 공략해 오른쪽 외야 펜스로 향하는 2타점 2루타를 쳤다.
박용택의 2천319번째 안타가 나왔고, KBO리그 역사가 바뀐 순간이었다.
4회 양준혁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의 기록(3천218안타)을 넘어선 박용택은 7회와 8회에도 안타를 치며 KBO 기록을 2천321개로 늘렸다.
박용택의 활약 속에 LG는 18-8, 역전승을 거뒀다.
경기 뒤 만난 박용택은 "누적 기록이니까, 언제든 기록은 세울 것으로 봤다. 그러나 꼭 팀이 이기는 날 기록을 세우고 싶었다. 다행히 많은 홈 관중 앞에서, 팀이 이기는 날 기록을 달성했다"고 기뻐했다.
사실 박용택은 '1등' 이란 수식어가 어울리는 타자는 아니었다. 하지만 어느덧 1위가 됐다.
그는 "나만 '언젠가 내가 양준혁 선배의 기록을 깬다'고 생각했다"고 웃으며 "3천 안타까지 도전하겠다"고 했다.
2002년 LG에 입단한 박용택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본 적도 없다.
박용택은 "한 번도 은퇴를 생각한 적이 없다. 우승할 때까진 유니폼을 절대 못 벗는다"고 했다.
다음은 박용택과 일문일답이다.
-- 통산 최다안타 신기록을 세운 소감은.
▲ 최다안타 기록이야 올 시즌 내로는 언제든 세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만 기록이 나오는 날 꼭 이기고 싶었다. 오늘 초반에 어려운 경기를 했는데, 동생들이 멋진 경기를 해서 기분 좋게 기록을 세웠다. 내가 양준혁 선배의 기록을 깰 것으로 생각한 사람이 나 말고 있었을까.
-- 종전 기록 보유자 양준혁 위원이 직접 축하 꽃다발을 안겼다.
▲ 양준혁 선배께 '정말 감사하다. 직접 와 주셔서 영광이다. 선배님의 명성에 누가 되지 않게 열심히 하겠다'고 말씀드렸다. 선배께서는 '3천 안타를 쳐야 한다'고 말씀해주셨다.
-- 실제 3천 안타 기록을 세울 수 있을까.
▲ 나는 정말 진지하게 3천 안타를 목표로 정했다. 선배들이 '야구를 10년 이상 하다 보면, 야구에 대한 권태감도 온다'고 하셨다. 이 정도의 큰 목표를 세워야 야구에 싫증을 느끼지 않고 더 열심히 할 수 있다.
-- 기록을 세우고 어떤 생각을 했나.
▲ '오늘 이길 수 있겠다'는 생각을 먼저 했다. 마침 내가 기록을 세우고, 상대가 투수 교체를 해서 잠시 생각할 기회가 있었다. 평소에 가족이 야구장에 잘 오지 않는다. 그런데 오늘은 부모님과 장모님, 아내, 아이들이 왔다. 김용달 코치님도 떠올랐다. 김용달 코치님을 만나면서 많은 게 바뀌었다. 지금도 코치님과 자주 연락을 하며 타격에 관해 얘기한다. 그리고 전력분석원 서인석 씨가 생각났다. 인석이는 쉬는 날에, 자신의 친구들까지 불러서 내 훈련을 도와줬다. 10년 넘게 나를 도와준 인석이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싶다.
-- KBO리그에 타자 중 선배가 박한이 뿐이다.
▲ 그래서 나는 더 한이 형이 잘했으면 좋겠다. 다른 베테랑 타자들도 아프지 않고 오래오래 잘하길 기원한다.
-- 인기 팀 LG의 주축 선수로 사는 게 힘들 때도 있었을 텐데
▲ 나만큼 칭찬도, 질타도 많이 받았던 사람이 있을까. 야구 선수로 할 수 있는 걸 모두 해보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 팬들께 감사하다.
-- 남은 목표가 있다면
▲ 당연히 우승이다. 2002년에 입단해서 지금까지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LG가 이렇게 오래 우승하지 못할 것이라고 누가 생각했겠나. 그런데 올 시즌에는 정말 해볼 만 하다. 류중일 감독님께서 확실한 분업화를 했다. 역할 분담이 확실하니, 팀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간다.
-- 나이가 든 후에도 살아남은 비결은.
▲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 내 몸 상태의 변화부터 확실하게 파악해야 한다. 당연히 내 신체 능력은 점점 떨어진다. 그러나 기술과 경험으로 그 단점을 메우고 있다.
-- 은퇴를 생각해 본 적이 있나.
▲ 단 한 번도 없다. 우승하기 전까지는 등 떠밀어도 못 나가겠다. 구단주님께 '우승할 때까지는 유니폼 입게 해달라'고 빌고 싶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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