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위협 변했는데…" 日, 새 미사일 방어시스템 배치 '갈등'
이지스 어쇼어 배치 지자체 2곳 모두 "반대"
"트럼프 압력에 도입" 주장도 제기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이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비한다는 명분으로 도입을 추진 중인 육상형 이지스(이지스 어쇼어·Aegis Ashore)를 놓고 일본 내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배치 후보 지자체 2곳이 모두 한반도 정세가 변했다면서 도입이 진짜 필요한지 의문을 제기하며 반대 의사를 명확히 하고 나선 가운데, 일본 정부는 지역 민심을 설득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23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이지스 어쇼어의 배치 후보 지역인 아키타현 사다케 노리히사(佐竹敬久) 지사는 전날 현청을 방문한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방위상에게 북한의 위협 상황이 바뀌었다며 "이지스 어쇼어의 배치가 최적인지 재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마구치(山口)현 무라오카 쓰구마사(村岡嗣政) 지사도 같은 날 오노데라 방위상을 만난 자리에서 "북한 정세가 바뀌었다. 납득할 수 있는 (배치 이유를) 설명해달라"고 항의했다.
이지스 어쇼어는 해상자위대의 이지스함에 탑재된 요격미사일과 고성능 레이더를 지상에 배치하는 방식이다.
일본 정부는 작년 한반도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미사일 공격에 대비한 상시적인 요격 태세를 갖추겠다며 이 시스템의 도입을 추진했다.
일본 정부는 이지스 어쇼어 2기를 아키타시 아라야(新屋)훈련장과 야마구치현 하기(萩)시 무쓰미훈련장에 2023년 도입할 방침이다. 이지스 어쇼어의 도입 비용은 1기당 1천억엔(약 1조90억원)에 달한다.
이지스 어쇼어의 배치에 대해 당초 별다른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던 배치 후보지 지자체들이 이렇게 반발하고 나선 것은 한반도 정세가 화해 무드로 바뀌면서 후보지 인근 주민들 사이에서 부정적인 여론이 거세졌기 때문이다.
특히 아키타시 주민들은 아라야훈련장이 주택 밀집지역에 있어 이지스 어쇼어가 배치되면 테러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크고 이 시스템의 레이더 전파가 건강에 직접적인 위협을 줄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방위상이 직접 후보지를 방문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지역의 반대 여론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오노데라 방위상은 전날 야마구치현청을 찾은 자리에서 "북한은 현 단계에서 일본에 도달하는 탄도미사일 수백 발을 갖추고 있으며 아마 핵탄두도 보유하고 있을 것이다. 북한의 위협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런 발언은 "미사일이 일본을 향해 날아올 수 있다는 위협이 확실히 없어졌다"는 일본 정부 대변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의 발언과 배치돼 오히려 혼란을 키우고 있다. 스가 장관은 이런 발언을 하면서 북한 미사일 대피 훈련을 중단하겠다고 밝혔었다.
그런 가운데 일본 정부 관계자로부터 일본 정부가 이지스 어쇼어를 배치하려는 것이 미국의 압력 때문이라는 발언까지 나오며 이를 둘러싼 논란은 더 커지고 있다.
일본 정부의 고문격인 이이지마 이사오(飯島勳) 내각 관방참여는 전날 위성방송 BS후지의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지스 어쇼어에 대해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압력을 받아 구입하는 상황"이라며 "(미국은) 어딘가에 무기를 팔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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