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샤키리·자카, 세르비아 꺾고 피 끓는 독수리 세리머니(종합)

입력 2018-06-23 06:21
[월드컵] 샤키리·자카, 세르비아 꺾고 피 끓는 독수리 세리머니(종합)

알바니아 국기 문양 표현…세르비아-코소보 갈등으로 남다른 의미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스위스 축구 국가대표팀의 미드필더 제르단 샤키리(27)는 극적인 역전 골로 세르비아를 무너뜨리고 두 손을 겹쳐 '쌍두독수리' 모양을 만들었다.

양 엄지는 독수리의 두 머리를, 나머지 손가락은 독수리의 양 날개를 표현한다.

코소보에서 태어나 어릴 때 스위스에 이민 온 샤키리는 부모님에게서 알바니아계 혈통을 물려받았다. 쌍두독수리는 알바니아 국기 문양이다.

샤키리는 23일(한국시간) 러시아 칼리닌그라드의 칼리닌그라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E조 2차전에서 세르비아에 비수를 꽂은 역전 결승 골을 넣어 2-1 승리를 이끌었다.

샤키리가 펼친 쌍두독수리 세리머니는 상대가 세르비아였기에 의미심장하다.

코소보와 세르비아는 분쟁으로 갈등을 이어오고 있는 사이다.

세르비아의 일부이던 코소보에서 알바니아계 반군이 독립을 요구한 1998년에는 무차별 학살이 벌어지기도 했다.

코소보는 2008년 독립을 선언했지만, 세르비아가 이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양국의 대립이 유지되고 있다.

샤키리의 세리머니에는 일종의 정치적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AP 통신은 "이 몸짓은 세르비아 국수주의자와 알바니아계의 긴장을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키가 169㎝인 '단신 선수' 샤키리는 세르비아의 '장신 군단'에 막혀 고전했다.

그러나 경기 막판 가장 중요한 순간에 빛을 냈다.

1-1로 팽팽하던 후반 45분, 샤키리는 중원에서부터 세르비아 골대까지 홀로 공을 몰고 나가는 '폭풍 질주'를 했다.

자신을 쫓아오던 세르비아 수비수와 골키퍼까지 제치고 역전 결승 골을 넣은 샤키리는 유니폼 상의를 벗고 빗속에서 포효했다.

그리고 쌍두독수리 세리머니로 혈통의 자긍심을 드러냈다.

'알프스의 메시' 별명 값을 톡톡히 해낸 샤키리는 최우수선수인 '맨 오브 더 매치'(MOM)로 선정됐다.

앞서 0-1로 밀린 후반 7분 동점 골을 넣은 그라니트 자카(26)도 쌍두독수리 세리머니를 했다.

자카 역시 알바니아계 스위스인이다. AFP 통신에 따르면, 자카의 아버지는 스위스에 망명 오기 전 3년 6개월 동안 정치범 수감 생활을 했다.

샤키리와 자카는 '발칸 라이벌'을 상대로 승리를 합작하고 필드 위에서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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