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금리조작' 수천건…금감원 "5년치 전수조사해 환급"(종합)
여러 지점서 소득 누락 발견…"단순 실수 아닌 시스템 문제인 듯"
소멸시효 내 자체환급 지시하기로…'금리인상 억제수단' 해석도
(서울=연합뉴스) 박용주 홍정규 박의래 기자 = 은행들이 대출자 소득이나 담보를 빠트리는 등의 수법으로 대출금리를 부당하게 올려받아 금융감독원에 적발된 사례가 수천건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여러 지점에서 동시다발로 비슷한 사례가 발견된 점으로 미뤄 단순 실수보다는 고의나 시스템 문제에 무게를 두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이 2∼5월 9개 은행을 대상으로 대출금리 산정체계를 검사한 결과 사실상 '조작'에 가까운 가산금리 부당 책정이 수천건 발견됐다.
특히 대출자 소득을 누락하거나 축소 입력해 가산금리가 높게 매겨진 사례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은행은 부채비율(총대출/연소득)이 높으면 상환능력이 떨어진다고 보고, 이 비율이 250%를 넘으면 0.25%포인트, 350%를 넘으면 0.50%포인트의 가산금리를 대출금리에 붙였다.
이때 대출자 소득을 '0원'이나 '100만원' 등으로 창구 직원이 임의로 입력한 경우가 많았다. 이렇게 소득이 적게 입력된 대출자는 부채비율이 높게 나와서 0.25%포인트 또는 0.50%포인트의 가산금리를 물었다.
금감원이 지난 21일 사례로 든 연소득 8천300만원 직장인은 소득이 0원으로 입력된 탓에 부채비율이 350%를 넘었다. 이에 따라 가산금리 0.50%포인트가 붙었고 50만원의 이자를 더 냈다. 이 같은 사례는 특정 지점이 아니라 여러 지점에서 발견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전체 대출 건수와 비교하면 적지만, 수천건은 결코 작지 않은 규모"라며 "여러 지점에서 나타난 점으로 미뤄 특정 개인의 일탈행위나 실수라기보단 허술한 시스템 탓일 수 있다. 고의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밖에 담보가 있는데도 없다고 입력해 가산금리가 높게 매겨지거나, 시스템으로 산출된 대출금리를 무시한 채 최고금리가 매겨진 사례들이 발견되자 금감원은 모든 은행에 유사 사례가 있는지 전수 조사토록 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또 은행들이 부당하게 더 받은 이자를 계산해 대출자들에게 돌려주도록 했다. 환급이 적절하게 이뤄졌는지도 추가 검사를 나가 살펴본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은 최소한 상사채권 소멸시효인 최근 5년치 대출에 대해선 부당 수취 이자를 돌려줘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금감원은 보도참고자료에서 "부당하게 높은 이자를 부과해 소비자 피해가 발생한 사례에 대해선 현재 은행들이 자체 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환급대상 규모나 기간 등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은행들의 자체 조사가 조속히 완료돼 환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대출금리 산정 적정성에 대한 금감원의 고강도 검사는 최근 금리 상승 추세와 이에 따른 은행들의 이자이익 증가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금리 상승은 대출자의 이자상환 부담을 키우고, 금리 상승기에 은행들은 예대마진을 높여 이자이익을 극대화하는 경향을 보인다. 금감원 압박은 은행들 대출금리 인상을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출 가산금리를 구성하는 목표이익률이나 신용프리미엄 등을 지나치게 높게 책정하지 못하도록 제동을 걸어 이자상환 부담이 급격하게 증가하지 않도록 막겠다는 게 금감원의 방침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금리는 시장원리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되지만, 금리 산정체계는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운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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