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 최고실세 부패혐의로 징역형…수도서 반부패 시위
드라그네아 집권당 대표, 구속은 면해…"정부 퇴진" 이틀째 시위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루마니아 '최고 실세' 정치인에 부패 혐의로 징역형이 선고됐다. 수도를 비롯해 주요 도시에서 부패 척결과 정부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이틀째 벌어졌다.
루마니아 대법원(파기원)은 21일(부쿠레슈티 현지시간) 집권 사회민주당(PSD)의 리비우 드라그네아 대표의 인건비 부정 수령 혐의에 유죄 판결을 내리고, 가석방 없는 징역 3년 6개월형을 선고했다.
공소장을 보면 드라그네아 대표는 2006∼2013년 자치단체장으로 재직할 당시 '가짜 직위'를 만들고, 이 자리에 채용된 직원들에게 PSD 당무를 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법원은 정부 재정으로 지급된 자치단체 인건비가 사실상 PSD 당직자 급여로 쓰인 것이라며 유죄로 결정했다.
루마니아 사법제도에 따라 드라그네아 대표는 대법원의 이번 판결에 항소할 수 있어, 법정 구속되지는 않았다고 dpa통신이 전했다.
드라그네아 대표의 유죄 판결 후 수도 부쿠레슈티 중심부와 주요 도시 대학가에서는 반부패 정책 후퇴와 비오리카 던칠러 총리 정부 퇴진을 요구하는 야간 시위가 이틀째 벌어졌다.
PSD는 22일 이번 판결 후속 조처를 논의하는 긴급 지도부 회의를 연다.
드라그네아 대표는 루마니아 정계에서 던칠러 총리를 넘어서는 '실세 정치인' 또는 '상왕'으로 통한다.
2016년말 총선을 승리로 이끌었으나 선거법 위반으로 집행유예 선고를 받아 총리직에 오르지 못했다.
총선에서 승리하자마자 드라그네아 대표는 자신의 총리직을 막은 반부패법령 개정에 나섰으나 대규모 시위 등 여론의 반발로 난항을 겪으며 8개월간 총리를 두 번이나 갈아치웠다.
특히 그는 공직자 비리 수사권을 약화하는 내용으로 형법 개정을 끈질기게 추진, 지난 18일 의회에서 가결하기도 했다.
또 성역 없는 공직비리 수사로 루마니아 반부패 정책의 얼굴이 된 라우라 코드루차 쾨베시 '반부패청'(DNA) 검사장 해임을 밀어붙이고 있다.
드라그네아 대표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검찰을 옛 공산정권의 비밀경찰에 비유해 법조계의 강한 반발을 불렀다.
PSD 정부와 여러 사안에서 대립한 클라우스 요하니스 대통령은 지난주 취재진에 "판사들의 분노는 정당하다"면서 "정치인이, 그 자신도 범죄자인 주제에, 도대체 어떻게 TV에서 검사들을 공개적으로 위협할 수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유럽연합(EU) 행정부 격인 EU 집행위원회는 루마니아 사법제도 개편을 주시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루마니아 상황을 걱정스럽게 지켜 보고 있다"고 AFP통신에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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