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유해 붉은불개미 국내 토착화, 단호히 차단해야
(서울=연합뉴스) 최근 20여 일 사이 부산항과 평택항에서 외래종 유해 붉은불개미가 대량 발견되면서 검역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부산항 허치슨 부두의 경우 지난달 30일 컨테이너 내부 수입대나무에서 일개미 2마리, 20일에는 컨테이너 야적장 시멘트 틈새에서 1개 군체 3천여 마리와 알 150개가 잇달아 발견됐다. 나중에 발견된 개체 수는 작년 9월 부산항 감만부두에서 국내 최초로 발견된 1천여 마리 이후 단일 건으로는 가장 많다고 한다. 앞서 지난 18일 평택항 컨테이너 부두에서 발견된 700여 마리, 올 2월 인천항 보세창고에서 발견된 1마리를 포함하면 지금까지 국내에 유입된 붉은불개미 수는 총 4천700여 마리로 추산된다.
남미 중부지역 원산지인 붉은불개미는 1982년부터 2000년까지 바하마, 미국 남부 등 북미지역으로 번졌고, 2001년부터는 호주, 말레이시아, 중국, 일본, 한국 등 아시아권으로도 확산하는 추세다. 잡식성의 이 개미는 가축과 농작물에 심각한 해를 끼치며, 미국에서는 매년 6조 원의 피해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성은 꿀벌 수준이어서 인체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애초 알려진 것과 달리 치명적이지는 않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지난해 환경부로부터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된 이 개미는 뚜렷한 천적이 없어서 한번 유입되면 확산 저지가 쉽지 않아 우려를 낳고 있다. 한반도의 기온이 올라가 붉은 불개미의 서식 여건이 좋아지는 것도 문제다.
검역 당국은 지금까지 발견된 붉은불개미들이 일개미와 공주 개미, 알뿐으로 번식에 필요한 수개미와 여왕개미가 목격되지 않아 유입 초기 단계의 군체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즉 추가 확산 가능성이 작다는 것이다. 그러나 확인된 개체가 수천 마리에 달한다는 점에서 수개미와 여왕개미가 국내에서 이미 번식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붉은불개미가 항만뿐 아니라 내륙으로 침투했을 수 있다. 당국이 여왕개미 추적 등 더욱 정밀한 조사를 벌일 필요가 여기에 있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이 22일 관계부처 차관회의에서 항만 배후지역 등에 대한 선제 예찰과 방제를 강조한 것도 이런 우려 때문이다.
검역 당국은 현재 국내 8개 항구와 2개 내륙 컨테이너 기지(의왕·양산)에 살충제 살포, 트랩(덫) 설치 등을 하며 붉은불개미 확산 차단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또 개미류가 섞여들어 올 가능성이 큰 코코넛 껍질 등 32개 식물 품목에 대해서는 수입 컨테이너를 모두 검사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개미는 식물 외 공산품을 통해 묻어올 가능성도 있다. 1년에 국내로 들어오는 컨테이너 수가 1천300만 개에 달한다니 이를 전수 조사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컨테이너에서 문제의 개미를 발견하는 화주가 당국에 적극적으로 신고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붉은불개미의 추가 유입과 국내 토착화를 막기 위해 민관이 단호히 대처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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