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5년전 두부찜은 어땠을까…진관사서 재현

입력 2018-06-22 17:06
555년전 두부찜은 어땠을까…진관사서 재현

사찰음식 시연회·학술 세미나 열려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북한산 서쪽 기슭 고려 시대에 지어진 천년고찰 진관사는 사찰음식으로 소문난 사찰이다.

사찰음식 명장인 현 주지 계호 스님이 오랜 전통을 계승한 음식들을 국내외에 널리 알려왔다.

계호 스님의 음식을 맛보기 위해 세계적인 레스토랑의 셰프들이 찾아올 정도다.

진관사가 갑자기 사찰음식의 중심이 된 것은 아니다.

조선 전기 문신 신숙주의 시문집인 보한재집(保閑齋集)에도 진관사 음식 이야기가 등장한다.

"계미(癸未·세조 9년·1463년) 5월 15일. 이백옥과 일암당 학전 스님이 옛터를 돌아보며 진관동 유람하기를 청하기에 홍일휴, 김호생 등과 함께 진관사로 갔다. (중략) 진관사 주지 성명 스님이 승려 수십 명을 인솔해 떡, 국수, 두부, 밥을 해왔는데, 홍일휴가 두부찜 일곱 그릇에 밥과 국수, 어탕까지 여러 그릇을 먹고 술까지 곁들이니 승려들이 놀라워했다."

이 문헌에 등장하는 두부찜(泡蒸)이 22일 진관사에서 555년 만에 재현됐다.

이날 사찰음식 시연회에서 계호 스님은 1463년 성명 스님의 두부찜을 조선 시대 사신을 접대한 기록인 '영접도감의궤' 등을 참고해 콩을 맷돌로 직접 갈아 옛 방식으로 만들었다.

계호 스님은 "한국의 사찰음식은 조용한 수행자의 음식에서 더 나아가 대중들의 삶을 이롭게 하는 음식으로 조명받고 있다"며 "유구한 전통의 진관사 사찰음식을 체계적으로 계승하고 전승해 많은 분들이 위로와 치유의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진관사에는 조선 시대 수륙재(水陸齋)를 지내던 수륙사가 건립됐다. 수륙재란 물과 육지에 있는 외로운 영혼을 달래기 위해 치르는 불교의식이다.

진관사는 제사 음식에 사용할 두부 등을 만드는 조포사(造泡寺)이기도 했다.

진관사는 국가무형문화재 제126호로 지정된 수륙재를 봉행하며, 계호 스님이 음식 차림을 비롯해 행사 전반을 주관한다.





시연회에 이어서는 '서울 진관사 사찰음식'을 주제로 한 학술세미나가 열렸다.

진관사가 단순히 사찰음식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마련한 학술 행사이다.

세미나에서 배영동 안동대 교수는 기조발제를 통해 한국 사찰음식의 가치를 살펴보고 전승 과제를 제시했다.

배 교수는 "지금의 사찰음식은 육류, 오신채, 조미료를 쓰지 않는다는 사실 이외에는 민간음식과 구별되는 지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며 "더 엄정한 잣대로 사찰음식의 전통성을 찾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사찰마다 특색 있는 음식을 살리고, 잊힌 사찰 세시 음식을 복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배 교수는 이어 "전통적 사찰음식의 전수체계 마련이 시급하다"며 "전국의 사찰음식을 조사해 체계화하고 주기적으로 기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그는 사찰음식에서 전통적인 것과 현대적인 것을 구분하고, 사찰음식의 대중적 상품화를 위한 방안을 찾자고 제안했다.

doub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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