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일본 롯데 이사직 유지하나…해임시 한일 롯데 '절연'?
신 회장 해임시 일본 롯데 한국에 배당금 확대 요구, 경영 간섭 예상
(서울=연합뉴스) 박성진 이유미 기자 = 롯데그룹 창업주 신격호(96) 명예회장의 아들인 신동빈(63)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64)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오는 29일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주주총회에서 신동빈 회장 이사 해임안을 두고 맞대결을 벌인다.
신동빈 회장이 한국 롯데를 사실상 지배하는 일본 롯데홀딩스의 이사에서 해임되면 재계 서열 5위인 롯데의 한일 간 공조관계에 금이 갈 뿐 아니라 나아가 한일 롯데의 연결고리가 완전히 끊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재계 안팎에서 나온다
◇ 구속 상태 신동빈 회장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직 유지하나
24일 재계에 따르면 일본 롯데의 지주회사 격인 일본 롯데홀딩스는 29일 일본 도쿄에서 정기주주총회를 열어 신동빈 회장 및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롯데홀딩스 사장의 이사 해임 안건과 신동주 전 부회장의 이사 선임 안건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해당 안건은 자신의 경영 복귀를 주장하고 있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 직접 주주제안안건으로 제출한 것이다.
2015년 7월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시작된 이후 지난 4차례의 표 대결에서는 신동빈 회장이 모두 승리하며 경영권을 공고히 했으나 이번에는 신 회장이 구속 수감된 상태라 롯데그룹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 수감 중인 신 회장은 지난 20일 서울고법 형사8부(강승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항소심 속행 공판에서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 참석을 이유로 보석을 요청했다.
신 회장은 "해임안이 상정되면 당사자에게 해명 기회를 주는데 현장에서 직접 구두로 해명 기회를 갖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 이번 주총에 꼭 참석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어렵다면 국내에서 전화로라도 제 입장을 꼭 (주주들에게) 설명하고 싶다"며 "주총 외에도 회사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는데 부디 수습할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신 회장은 한일 롯데그룹 지분구조 상 일본이 상위에 있는 점을 고려해 매년 일본 주총에 참석해 주주와 투자자들을 설득해 왔다.
총수이자 전문경영인이기도 한 신 회장이 직접 한일 롯데의 투자, 신사업, 해외사업 등 경영상황을 설명하고 지지를 받아왔다.
신 회장은 지난 2016년 검찰수사가 들이닥친 상황에서도 미국 출장일정을 마치고 바로 일본으로 건너가 주총에 참석한 후 귀국한 바 있다.
앞선 4차례 표 대결에서 모두 승리한 신 회장이지만 이번에는 구속으로 주총 참석이 어려울 수 있어서 롯데그룹은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 2월 면세점 관련 뇌물공여 혐의로 1심에서 2년 6개월의 실형을 받은 후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 현재 이사직만 유지하고 있다.
신 회장이 이번 주총에 불참한다면 2007년 롯데홀딩스 출범 후 처음 있는 일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회장의 부재 상황은 처음 있는 일이고 롯데홀딩스 주주 입장에서도 신 회장에게 직접 상황을 듣는 것과 신동주 전 부회장의 주장만 접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 이사직 해임 시 한일 롯데 협조 지속 불투명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주총에서 신 회장의 해임 안건이 통과된다면 51년간 이어진 한일 롯데 협업과 공조관계에 일부 균열이 생기는 것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동안 신 회장이 주주들의 위임을 받아 양국 통합경영을 해 왔지만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직마저 내려놓게 된다면 한일 롯데는 일정 부분 절연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에서는 우선 신 회장이 없는 상황에서 롯데홀딩스 일본인 이사진들이 주주 이익 극대화를 위해 한국 롯데에 배당금 확대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 롯데는 일본으로부터 막대한 자금 투자를 받아왔지만, 은행 금리 수준에 불과한 한 해 수백억 원만 배당하고 있다.
2003년까지는 원금 및 이자, 배당금을 아예 일본으로 보낸 적이 없었지만 일본 국세청의 지적으로 2004년부터는 투자 원금의 2% 수준만 배당하고 있다.
또 일본 롯데홀딩스와 그 자회사들은 한국 롯데 회사들의 주주사이기도 하므로 한국 롯데 경영에 간섭할 가능성도 있다.
신 회장의 존재로 일본인 주주사들이 한국 롯데 경영에 개입한 적은 없었지만 신 회장 구속에 이어 해임까지 되는 상황이라면 주주 이익 극대화 차원에서라도 한국 롯데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신 회장 일가 때문에 일본 롯데가 한국 롯데에 투자와 지원 역할에 충실했던 것이 사실이다"며 "신 회장이 구속에 해임까지 되면 일본 롯데 이사진들은 주주 이익 극대화를 명분으로 한국 롯데 경영에 다양한 측면의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일본 롯데 주주사들이 한국 경영에 참여한다면 투자 지출에 인색한 의견을 내놓을 가능성도 클 것으로 관측된다.
그렇게 된다면 한국 롯데는 초기 투자 성격이 강한 글로벌 사업 진출, 기업 인수 합병이나 고용 확대 등도 일본 주주사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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