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트럼프에 줬던 800억불 에너지 투자 '선물' 보류 조짐
올들어 대미투자 92% 감소…미국산 대신 인도산 면화 수입 확대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미중 무역전쟁이 재개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중국이 곧바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 당시 가장 큰 선물로 안겼던 800억 달러 규모의 에너지 투자 계획을 보류할 뜻을 내비쳤다.
홍콩 성도(星島)일보는 중국 국유기업인 중국에너지투자공사(CNEIG) 고위층이 예정됐던 미국 웨스트버지니아 방문 일정을 최근 취소했다고 22일 보도했다. 중국에너지투자공사는 이번 방문을 통해 당초 837억 달러 규모의 셰일가스, 전력, 석유화공 분야 투자를 상담할 예정이었다.
이 투자는 지난해 11월 중국을 국빈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으로부터 받은 2천500억 달러 규모의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 주문 가운데 최대 선물로 꼽혔던 프로젝트다.
당시에도 투자 계약에 미국 기업이 참여하지 않고 투자기간도 20년에 달한다는 점에서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될지 의구심이 제기됐었다. 결국 중국이 무역전쟁의 카드로 이 투자 프로젝트를 보류할 뜻을 내비친 것이다.
이로써 웨스트 버지니아주는 재발한 미중 무역전쟁의 첫 피해 지역이 될 공산이 커졌다.
미중 무역갈등이 격화되면서 이미 미국에 대한 중국의 직접투자는 대폭 감소한 상태다. 컨설팅업체 로디엄그룹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5월 중 중국의 미국에 대한 인수·투자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92% 줄어든 18억 달러에 불과했다.
반면 중국은 미국을 뺀 나머지 지역에 대해서는 투자를 늘리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1∼5월 사이 2천987개 기업이 478억9천만 달러 규모의 대외투자를 실현했다며 이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38.5% 늘어난 것이라고 전했다.
미중 무역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 백악관은 중국의 경제적 침략 행태를 폭로하는 보고서를 내고 중국을 맹비난했으며 중국 상무부는 "미국이 반복적으로 합의를 무위로 돌리고 무역전쟁을 발동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이 보복관세 부과 대상이 된 미국산 면화 대신 인도산 면화로 수입선을 바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구망은 세계 최대의 면화 소비국인 중국이 최근 세계 최대 면화 생산국인 인도의 면화 수확철을 앞두고 50만포(8만5천t) 규모의 면화를 선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인도 매체를 인용해 보도했다.
과거 이런 대규모 주문은 드물었다. 인도의 한 면화 수출상은 "지난 몇 주간 끊임없이 중국 쪽에서 면화 작황 및 공급상황, 가격에 대한 문의를 받았다"며 "25%의 관세가 계속 유지될 경우 인도산 면화의 중국 수출량이 500만포(85만t)에 이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500만포라면 이전보다 수출량이 4배로 늘어난 것이다.
지난 10년간 미국산 면화의 최대 수입국이었던 중국은 트럼프 정부의 '관세폭탄'에 맞서 내달 6일부터 면화를 포함한 미국 농산물에 대해 25%의 보복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상태다.
중국은 특히 면화 재고 감소에 따라 5년만에 처음으로 면화 수입을 확대하기로 하고 최근 80만t의 면화 수입물량을 추가로 배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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