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8년 만에 구제금융 졸업한다…유로존 합의(종합)

입력 2018-06-22 20:16
수정 2018-06-22 20:19
그리스, 8년 만에 구제금융 졸업한다…유로존 합의(종합)



8월 20일 3차 구제금융 종료 후 채권 시장 복귀 전망

EU, 구제금융 이후에도 그리스 개혁안 이행 정밀 감독

(로마·서울=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신유리 기자 = 국가 부도에 직면했던 그리스가 오는 8월 8년 만에 구제금융에서 졸업하게 됐다.

AP 통신 등에 따르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은 22일(이하 현지시간) 룩셈부르크 회의에서 그리스의 구제금융 종료 방안에 최종 합의했다.

이번 결정을 '역사적 합의'라고 지칭한 유로그룹은 "그리스 당국과 국민이 유럽안정화기구(ESM)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끝마친 것을 축하한다"면서 "그리스는 재정적, 구조적 개혁을 기반으로 경제를 튼튼하게 해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종료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리스는 2010년 재정 위기로 국가 부도 직전에 처했다가 국제 채권단으로부터 3차례에 걸쳐 약 2천750만 유로의 구제금융을 받아 파산 위기를 넘겼다.

유로그룹의 최종 합의에 따라 그리스는 오는 8월 20일 3차 구제금융을 끝내고 국제 금융 시장에 복귀할 수 있게 된다.

유로그룹은 이날 마라톤 협상 끝에 구제금융 이후 그리스가 채무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수십억 유로의 채무 만기를 10년 연장했다. 또, 그리스가 구제금융 만료 이후에 이자 상환 등 재정적 필요에 대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150억 유로를 추가로 지원하기로 결의했다.

◇ 그리스·국제통화기금(IMF) 환영…우려 제기도

그리스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에우클리드 차칼로토스 그리스 재무장관은 "그리스 정부는 이번 합의에 만족한다"면서 "이것이 그리스 위기의 종료이며, 그리스는 새로운 페이지를 열고 있다"고 말했다.

차칼로토스 장관은 이어 "그리스는 지난 8년 간 그리스 국민이 겪어야한 했던 고초를 잊지 않을 것"이라며 "그리스인들의 고통을 가치있게 하기 위해서는 그리스 국민들이 이번 합의의 구체적인 결과를 빠른 시일 내에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그리스는 유럽연합(EU)과 IMF 등 국제 채권단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는 대가로 강도 높은 긴축 정책과 구조 개혁을 시행해 온 터라 국민들의 불만이 한계치에 도달해 있는 상황이다.

이번 유로그룹 회의를 앞둔 지난 14일에도 그리스 의회에서 연금 추가 삭감, 의료 서비스 감축, 세금 인상 등의 개혁 법안이 통과되면서 아테네 시내에서 노동자 약 3천 명이 모여 항의 시위를 벌이는 등 반발이 이어졌다.

2015년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가 이끄는 좌파 정부는 집권 직후 채권단의 긴축 요구를 거부하며 유로존 탈퇴 직전까지 가는 벼랑 끝 전술을 펼치기도 했으나, 결국은 채권단의 요구에 굴복해 3차 구제금융을 수용했다. 그리스는 3차 구제금융에 들어 간 이래 지난 3년 간 450여 개의 개혁안을 시행하고 있다.

그리스가 오는 8월 20일 3차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졸업하고, 채권 시장에 복귀하더라도, 그리스는 개혁안의 지속 이행 여부에 대해 유로존의 강도 높은 감독을 받아야 한다.

EU 집행위원회는 분기별로 그리스의 재정 상황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고, 구제금융 이후의 실행 계획을 그리스 정부가 잘 이행하는지를 감시할 계획이다.

그리스 채권자 중 하나인 유럽중앙은행(ECB)의 마리오 드라기 총재는 "유로그룹 합의안을 받아들이는 게 중기적 관점에서 채무 지속성을 개선할 것"이라며 "그리스가 구조 개혁과 견고한 재정 정책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리스의 또 다른 채권자인 IMF는 이번 합의를 환영하면서도, 장기간에 걸쳐 그리스가 채무 부담을 관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중기적 측면에서 그리스가 시장에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데 의문의 여지는 없으나,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우려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리스에 대한 1, 2차 구제금융에만 참여한 IMF는 그리스 채무가 지속가능하지 않다며 그리스 채무 부담을 줄여줄 것을 유로존에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 마라톤 협상 끝 합의

한편, 쉽게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되던 이날 유로그룹 회의는 그리스의 최대 채권국인 독일이 채무 완화 조건을 둘러싸고 이견을 제시하며 6시간이 넘는 마라톤 협상 끝에야 합의에 도달했다.

프랑스와 유럽중앙은행(ECB) 등은 곧 채권 시장에 복귀할 그리스가 시장에서 신뢰를 얻으려면 관대한 채무 경감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해왔으나, 독일은 채무 완화를 위해서는 그리스가 추가 긴축 등으로 재정 건전성을 엄격히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런 가운데, 이날 유로그룹 회의를 앞두고 독일 정부가 2005년 이래 그리스에 제공한 구제금융, 그리스 국채 매각 수익 등으로 29억 유로의 수익을 올린 사실이 독일 야당 녹색당에 의해 공개됐다.

녹색당의 재정전문가인 스벤 크리스티안 킨들러 의원은 "(재정위기에 몰린 그리스에 지원금을 퍼주었다는)우파의 통념과는 반대로 독일은 (그리스 재정 위기로)막대한 이득을 취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독일 연방정부가 그리스로부터 취한 수십억 유로의 이자 수익으로 재정을 건전하게 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독일 정부는 그리스에 대한 채무 삭감을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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