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국민투표 후 2년…英 경제부진에 정치·사회 혼란 여전

입력 2018-06-22 12:00
브렉시트 국민투표 후 2년…英 경제부진에 정치·사회 혼란 여전

2016년 6월 국민투표서 찬성 51.9%로 브렉시트 결정…내년 3월 EU 탈퇴 예정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오는 23일(현지시간) 영국은 유럽연합(EU) 탈퇴, 이른바 브렉시트(Brexit)를 결정한 지 2주년을 맞는다.

'설마'했던 브렉시트가 국민투표 결과 현실화되면서 영국과 유럽은 물론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당장 영국 경제는 브렉시트 결정 이후 파운드화 가치 하락, 물가 상승, 성장 정체 등의 부진을 겪고 있다.

집권 보수당과 야당인 노동당의 갈등은 물론 양당 내부에서도 브렉시트와 관련한 혼란은 커지고 있다.

이민 억제와 주권 회복을 기치로 내걸었지만 EU와의 협상에서도 계속 수세에 몰리면서 당초 원했던 수준의 브렉시트를 얻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총선 공약 내걸었다 국민투표…결국 'EU 탈퇴' 선택 = 지난 2013년 1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2015년 총선에서 보수당이 승리할 경우 EU 탈퇴 여부에 대한 국민투표(EU Referendum)'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2015년 총선에서 보수당 승리로 국민투표는 기정사실화됐고, 캐머런 총리는 2016년 6월 23일을 투표일로 정했다.

전체 유권자 4천650만 명 중 72.2%가 참가한 가운데 '영국이 EU 회원국으로 남아야 하는가? 아니면 EU를 떠나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51.9%인 1천741만 명이 'EU 탈퇴'를 선택했다.

국민투표 결과에 책임을 지고 사임한 캐머런 총리의 뒤를 이은 테리사 메이 현 총리는 2017년 3월 29일 리스본조약 50조에 의거해 EU에 탈퇴의사를 공식 통보했다.



이에 따르면 영국과 EU는 공식 통보일로부터 2년간 탈퇴에 관한 협상을 진행하고, 만약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통보일로부터 2년 후인 2019년 3월 29일에는 영국이 자동으로 EU에서 탈퇴하게 된다.

◇ 탈퇴조건·전환기간 합의…미래관계 설정 놓고 팽팽 = 지난해 6월부터 시작된 영국과 EU의 브렉시트 협상은 같은 해 12월 1단계 협상의 주요 쟁점에 대해 합의에 도달했다.

양측은 영국의 EU 탈퇴일 기준 자국 거주 상대국 국민에게 기존에 상응하는 권리를 부여하고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간 국경 통제를 현재와 같이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영국이 EU에 납부해야 할 분담금 규모에 대해서도 합의했다.

지난 3월 발표된 영국 정부의 재정운용계획(Spring Statement)에 따르면 향후 영국이 분할 납부해야 할 EU분담금은 371억 파운드(한화 약 54조7천억 원)로 추정됐다.

이어 2단계 협상에 들어간 영국과 EU는 지난 3월 브렉시트의 원활한 이행을 위한 전환(이행)기간 설정에도 의견일치를 이뤘다.

오는 2020년 말까지인 전환기간 중 영국은 계속 EU의 단일시장에 포함되며, 예산 분담을 포함해 EU 회원국으로서의 의무사항을 준수하기로 했다.

지난 4월부터는 미래 통상관계에 관한 본격적인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양측은 미래관계와 관련해 포괄적 자유무역협정을 맺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최근 쟁점 간 이견이 커지면서 관세와 통상관계에 있어 아무런 특약을 맺지 못하는 '노-딜(No-Deal)' 브렉시트 국면을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영국과 EU는 의회 비준 절차를 감안해 오는 10월까지 미래관계 협상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대립하는 쟁점이 많은 만큼 올해는 통상관계 협상의 틀만 마련한 뒤 실질적인 협상 타결은 전환기간이 끝나는 2020년 말 이전에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 영국, 경제 부진에 정치·사회 혼란 확대 = 브렉시트 결정 이후 영국 경제 부진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영국 경제의 성장률은 2014년 3.1%에서 2015년 2.3%로 떨어진 뒤 브렉시트를 결정한 2016년에는 1.9%로 낮아졌고, 지난해에는 2012년 이후 가장 낮은 1.8%에 그쳤다.

2017년 성장률은 미국(2.7%), 독일(2.3%) 등 주요국에 비해 크게 뒤떨어진다.

브렉시트 결정 이후 파운드화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수입물가가 상승, 이는 다시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졌고 가계의 실질소득 감소를 불러왔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기업들의 투자 결정은 지연되고 있고, 영국과 유럽의 많은 기업이 주요 생산시설이나 설비를 EU로 이전할 움직임을 보인다.

영란은행(BOE)의 경제전망에 따르면 영국 경제의 성장률은 올해 1.7%, 2019년 1.8%, 2020년 1.7% 등으로 당분간 저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추정됐다.

사회적 분열과 정치적 혼란도 더 커지고 있다.

브렉시트 지지자들은 EU와의 단절에 시간이 오래 걸리면서 국민투표 결과가 뒤바뀔까 봐 우려하고 있다.

반면 친 EU 세력은 덜 급격한 브렉시트를 하거나 아예 제2의 국민투표를 통해 결과를 되돌리기를 원하고 있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보수당은 브렉시트 이후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서도 탈퇴한다는 입장인 반면 야당인 노동당은 관세동맹 잔류 입장을 공식화했다.



지난 5월 지방선거에서 약진한 제3당인 자유민주당은 아예 브렉시트 반대, 제2의 국민투표 등의 정책을 내걸었다.

보수당 내에서도 친 EU 성향 의원과 '하드 브렉시트' 지지자 간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메이 총리가 불과 9개월 앞으로 다가온 브렉시트를 앞두고 과연 자국 내 분열과 혼란을 치유하는 리더십을 보일 수 있을지, 영국과 EU가 미래 무역관계 협상에서 합의에 도달할지 등 브렉시트를 둘러싼 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와 관련해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를 1년 앞둔 지난 3월 "우리의 미래가 밝다는 것을 확신한다. 관세와 마찰 없는 무역이라는 좋은 합의에 도달해 EU 시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분열된 국민의 통합을 촉구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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