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전자개표 부정시비' 이라크, 결국 손으로 재개표
법원 "재개표 법안 위헌 아냐" …1천100만표 다시 개표
한국서 7만대 수입한 전자투개표시스템 '무용지물'돼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라크가 최근 치러진 총선에서 전자 투개표 시스템을 처음으로 도입했다가 부정선거 시비 끝에 투표용지를 손으로 재개표하기로 최종 확정했다.
이라크 연방최고법원은 지난달 12일 실시된 총선과 관련, 의회가 손으로 다시 개표해야 한다고 개정한 법을 합헌으로 판단했다.
연방최고법원은 "선거 과정을 정비하고 유권자의 신뢰를 복원한다는 의회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 "손으로 다시 개표한다는 법안은 위헌이 아니다"라고 발표했다.
앞서 이라크 의회는이달 6일 이번 총선의 전자 개표 결과를 무효로 하고 일일이 손으로 재개표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이번 총선에 투표한 유권자는 모두 1천100만명 정도다.
이라크 중앙선관위는 두 달 정도 걸리던 총선 투개표 기간을 단축하고 투명성을 높인다면서 이번에 전자 투개표 시스템을 한국 업체에서 7만대 수입했으나, 되려 국가적인 논란이 되면서 결국 수(手)개표로 원상 복귀됐다.
이 시스템은 유권자가 지문을 사전 등록해 받은 카드로 신원을 확인하고, 기표한 투표용지를 스캐너 형태의 개표기에 직접 밀어 넣는 방식이다. 이 개표기는 중앙선관위의 서버와 통신망으로 연결돼 투표 결과가 바로 집계된다.
그러나 지난달 총선 뒤 이 시스템과 관련해 쿠르드족, 수니파 정파를 중심으로 해킹, 조작 의혹이 제기됐다. 이미 중앙선관위는 지난달 30일 전체 5만6천개 투표소 가운데 1천21개 투표소의 개표 결과를 부정선거 의혹을 이유로 무효로 한다고 밝혔다. 또 신원 확인이 불확실했던 재외국민 투표와 니네베, 안바르, 디얄라, 살라후딘 등 4개 주의 난민촌에서 이뤄진 거소 투표도 무효로 했다.
이번 총선에서는 강경 시아파 지도자이자 반외세 민족주의자 무크타다 알사드르가 이끄는 알사이룬 정파가 328석 가운데 최다인 54석을 차지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재개표로 이 결과가 어떻게 변할지는 예측할 수 없지만, 알사드르 정파가 의석을 잃는다면 이들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이라크 정국은 큰 혼란에 빠지게 된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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