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운전자 10명 중 9명, 도로 차량전복사고 보고도 그냥 지나쳐
獨경찰, 가짜 차량 전복사고 세팅 후 '몰래카메라' 실험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독일 경찰이 시민의식을 알아보고 안전의식을 고양하기 위해 도로에서 차량 전복사고를 위장한 결과, 지나가는 차량 가운데 10대 중 한대 꼴로 멈춰 도움을 주려 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현지시간)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에 따르면 브란덴부르크 주(州) 경찰은 최근 오베르하벨 지역의 한 도로에서 사고가 난 듯 차량을 뒤집어 놓았다.
또한, 차량 안에 두 명의 여성 배우를 피범벅이 된 것처럼 분장시키고 주변에 도움을 청하도록 했다.
지나가는 차량이 이들을 구조하기 위해 멈추는 것을 실험하기 위한 일종의 '몰래카메라'였다.
차량 주변 곳곳에는 7대의 카메라가 숨겨졌다.
경찰은 실험 결과 지나가는 차량의 90%가 멈추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애초 절반 정도의 차량이 멈출 것으로 기대했다.
경찰은 가짜 사고 현장을 보고 멈춘 차량의 운전자가 구조와 관련된 행동을 시작할 때까지 '몰래카메라'라는 것을 알리지 않았다.
꾸며진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된 한 운전자는 안도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한 부부는 구조신고 전화를 하고선 부상자 연기를 하는 배우를 위로했다.
차를 멈춰 세우고서는 구급상자를 들고 사고 차량으로 뛰어간 사람도 있었다.
경찰의 이런 실험에 대해 기독사회당 측은 "경찰이 이런 실험을 하려면 자동차 클럽인 ADAC 등과 같이해야 했다"면서 "이런 형태의 도로 안전 교육은 경찰의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에 경찰은 "시민들에게 현실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사람들에게 사고의 경각심을 높이고 응급상황 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올바르게 설명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독일에서는 이 같은 사고를 목격할 경우 법적으로 도와줘야 한다.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외면할 징역 1년 또는 벌금형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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