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교에 '예나정' 건립…후배 사랑 실천한 육육걸즈 박예나 대표

입력 2018-06-21 16:21
수정 2018-06-21 16:47
모교에 '예나정' 건립…후배 사랑 실천한 육육걸즈 박예나 대표



학창시절 교사와 약속으로 선행…"예나정 건립 도운 선생님께 감사"

10만원으로 쇼핑몰 시작, 연 매출 500억원 달성한 '청년사업가'



(전주=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후배들이 다시 돌아오지 않을 학창시절의 추억을 '예나정'에서 쌓았으면 좋겠어요."

전북 전주시 전북여자고등학교 학생들은 21일 오후 교정 한편에 지어진 팔각정에 모여앉아 이야기꽃을 피웠다.

계단에 신발을 사뿐히 벗어놓고 평상에 둘러앉은 여고생들은 지붕 아래 그늘에서 학업 스트레스를 달랬다.

여고생들 사이에 앳된 외모의 '육육걸즈' 쇼핑몰 박예나(26·여) 대표도 눈에 띄었다.

그는 후배들과 만나면서도 팔각정의 바닥과 난간, 기둥을 매만지며 엷은 미소를 지었다.

이날 학교를 찾은 박 대표는 고교 시절로 돌아간 듯 후배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서슴없이 어울렸다.

이 팔각정의 명칭 '예나정'은 박 대표의 이름에서 따왔다.

전북여고 26회 졸업생인 그는 팔각정 건립 비용으로 기꺼이 3천만원을 내놨다.

박 대표는 "예나정이 주변 경관과 어우러져 생각 이상으로 멋지게 지어진 것 같다"며 "이곳에서 휴식은 물론 토론식 수업도 할 계획이라고 하니 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학창시절 단돈 10만원으로 시작한 쇼핑몰을 연 매출 500억원의 중견기업으로 성장시킨 청년사업가다.

'자신감을 입자'는 캐치프레이즈로 66사이즈를 입는 통통한 체형을 가진 여성을 공략해 성공스토리를 써냈다.

어린 나이에 쪽잠을 자며 서울 동대문과 남대문에서 쇼핑몰에 판매할 옷을 고르고, 수년간 고객 한 명 한 명에게 감사의 손편지를 쓰면서 사업에 공을 들였다.

미미한 자본금으로 홀로 쇼핑몰을 시작했지만, 현재는 직원 84명을 채용할 만큼 괄목할만한 성장을 일궜다.



'킬러 콘텐츠'와 성실함으로 온라인 쇼핑몰의 홍수시대를 헤쳐나온 박 대표가 모교에 애정을 쏟는 이유는 학창시절 담당 교사와 약속 때문이다.

그는 "쇼핑몰 운영에 더욱 전념하려고 선생님에게 양해를 구해 야간자율학습에 참여하지 않았다"며 "선생님은 배려의 대가로 '성공하면 꼭 학교발전에 기여해달라'고 했고, 뒤늦게 약속을 지켰다"고 말했다.

예나정 뿐만 아니라 박 대표는 2014년을 시작으로 학교에 3천만의 장학금을 내놨다.

성적 우수자가 아닌 성적은 다소 부진해도 착실히 학교생활을 하는 학생들에게 돌아가는 장학금이다.

박 대표는 '예나 장학금' 명목으로 매년 학교에 1천만원을 기탁할 예정이다.

이 밖에 그는 직접 디자인한 옷을 사랑의 열매와 전주연탄은행에 꾸준히 기부하고, 1억원 이상 기부하거나 5년간 1억원을 약정 기부할 경우 가입할 수 있는 '아너소사이어티' 회원 명단에도 전북 최연소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같은 공로가 인정돼 작년 말에는 대통령표창을 받기도 했다.

박 대표는 "예나정을 건립하기까지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준 전북여고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며 "앞으로도 누구보다 성실히 학교생활을 하는 후배들, 가정형편이 어려운 소외계층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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