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협자금 수요 한국 부담능력 초과…해외자금유치 시급"

입력 2018-06-21 13:51
"남북경협자금 수요 한국 부담능력 초과…해외자금유치 시급"

(세종=연합뉴스) 이 율 기자 = 남북한 경제협력 자금의 수요가 한국의 부담능력을 크게 초과하는 상황이어서 대규모 해외자금 유치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국책연구원의 제언이 나왔다.

북한은 외국인 직접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세계무역기구(WTO) 조기 가입과 미국과 무역협정 체결을 추진하는 등 투자여건을 적극적으로 개선하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21일 발간한 '베트남 개혁모델이 남북경협에 주는 시사점' 보고서에서 "북한이 남북정상회담에서 베트남식 개혁·개방에 관심을 표명하고,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포괄적으로 합의해 베트남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1986년 도이머이(개혁·개방) 노선을 채택한 베트남은 1993년 국제통화기금(IMF)의 융자가 재개되면서 국제금융기관의 본격적 지원을 받게 됐고, 세계은행 주도의 원조조정그룹(CG)에 서방국가들이 참여하면서 국제적 지원체계가 구축됐다.

베트남은 또 1995년 미국과 수교 이후 2001년 무역협정 체결로 미국시장으로의 우회수출기지로서 본격적인 투자유치가 이뤄졌다.

권율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에 대한 원활한 개발재원 마련과 남북경협을 위해서는 북미 무역협정 체결로 미국시장 진출여건이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베트남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개혁 초기 81달러로 경제규모가 북한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했지만, 미국과 무역협정이 체결되면서 428달러로 증가하고 2008년 1천210달러를 기록해 중소득국으로 진입했다.

베트남은 개혁 초기 국제금융기관과 주요 서방선진국의 양허성 원조를 받으면서도 아시아 주변국의 직접투자유치에도 적극적이어서 대규모 개발재원을 공적자금 외에도 외국인 직접투자로 조달했다.

이에 따라 북한도 경제개발에 필요한 해외자본이 자연스럽게 들어올 수 있도록 IMF나 세계은행의 개혁프로그램을 긍정적으로 수용하는 등 법적 제도적 환경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남북 경협은 통일경제의 기반확립을 목표로 한국 주도로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지만, 현재로서는 경협자금 수요가 한국의 부담능력을 크게 초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주요 선진국의 양허성 자금과 국제기구의 지원 등 대규모 해외자금의 유치방안이 필수적이라고 KIEP는 진단했다.

또 국제사회의 안정적 지원을 위해서는 국제적 조정채널이 마련돼야 하고, 우리 정부 주도로 대북 경제지원협의체를 구성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도 있다고 설명했다.

재원조달방식은 세계은행이 주도하는 자문그룹 방식이 개발재원 규모 면에서나 국제협력을 유도하는 데 가장 유리하지만, 미국과의 관계와 개혁노선에 대한 북한의 입장을 고려해 라오스의 원탁회의 방식이나 특정목적을 위한 신탁기금 방식도 활용될 수 있다.

베트남과 달리 북한의 국제금융기구 가입에는 다소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주변 4강과 유럽연합, 국제금융기구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사전에 더욱 신축적이고 체계적인 노력이 추진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외국인 직접투자를 유치할 수 있도록 대미 관계 정상화를 통한 무역협정 체결과 시장접근 강화방안이 구체적으로 제시되고 북한의 WTO 조기 가입도 적극적으로 모색돼야 한다고 KIEP는 강조했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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