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비리수사 후퇴 반대"…루마니아 의사당서 기습 시위

입력 2018-06-21 00:24
"공직비리수사 후퇴 반대"…루마니아 의사당서 기습 시위

PSD 정부 반부패법령 개정에 반발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루마니아에서 반부패정책 후퇴에 반발하는 시민들이 의사당에 진입해 기습 시위를 펼쳤다.

20일(부쿠레슈티 현지시간) 루마니아 수도 부쿠레슈티에 있는 의회건물 안에서 공직비리 수사권 약화에 반발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대는 야당 의원들의 도움을 받아 의사당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앞서 지난 18일 비오리카 던칠러 총리가 이끄는 사회민주당(PSD) 정부는 공직비리 수사권을 약화시키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시위대는 리비우 드라그네아 PSD 대표의 사무실 앞으로 몰려가 드라그네아 대표의 처벌을 촉구했다.

시위대는 '도둑과 마피아의 둥지'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고 "반부패청'(DNA)은 드라그네아 대표를 잡아가라"고 외쳤다.



루마니아 정치권에서 드라그네아 대표는 던칠러 총리를 좌지우지하는 '상왕' 또는 '실세'로 통한다.

선거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아 총리가 되지 못한 드라그네아 대표는 2016년말 총선 승리 후 자신이 추천한 총리를 두 차례나 갈아치우며 반부패법 개정을 강행했다.

또 성역 없는 공직자 비리 수사로 국민의 신망이 두터운 반부패청장 라우라 코드루차 쾨베시 검사장 해임을 밀어붙이고 있다.

PSD 정부는 쾨베시 검사장이 권한을 남용해 정치인을 공격하고 루마니아의 국제적 위신을 실추했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한편 미국 국무부 유럽유라시아 담당 차관보 웨스 미첼은 전날 부쿠레슈티대학에서 열린 강연에서 루마니아 반부패청에 지지를 표명하고, 정부의 반부패정책 후퇴에 완곡하게 우려했다.

미첼 차관보는 "루마니아는 (반부패 정책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면서 "우리는 루마니아가 지금 여기서 물러서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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