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넘어지고 또 넘어지고…육탄방어와 야유세례 이겨낸 호날두

입력 2018-06-20 23:26
[월드컵] 넘어지고 또 넘어지고…육탄방어와 야유세례 이겨낸 호날두

'호날두만 잡아라' 모로코 선수들 거친 견제…모로코 관중은 끝없이 야유

A매치 85골 백전노장 호날두, 원맨팀 한계·부담 이겨내고 승리 이끌어



(모스크바=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B조 포르투갈과 모로코의 경기가 열린 20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

경기를 앞두고 양 팀 선수들이 몸을 풀기 위해 그라운드에 나오자 관중들은 크게 환호하기 시작했다.

전광판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의 얼굴이 비치자 경기장 분위기는 갑자기 변했다.

관중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모로코 축구팬들은 작정한 듯 "우∼"하는 야유 소리를 단체로 뿜어냈다.

경기 시작 때도 마찬가지였다. 호날두가 주장 완장을 차고 가장 먼저 그라운드로 나오자 모로코 팬들은 야유를 쏟아냈다.

호날두가 경기 중 공을 잡거나 전광판에 그의 얼굴이 비칠 때도 여지없이 모로코 팬들은 조롱했다.

전반 4분 호날두의 골이 터지자 야유 소리는 잠시 잠잠해지는 듯했지만, 이후 상황은 다시 반복됐다.

마치 모로코 팬들은 '호날두만 방해하면 된다'라는 생각을 하는 듯했다.

그가 맹활약하든 실수를 하든 비슷한 분위기였다.

전반 11분 호날두가 공을 놓치자 모로코 관중들은 야유를 보냈다.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호날두가 공을 잡으면 모로코 선수들은 거친 수비로 그를 차단했다.

호날두는 여러 차례 나뒹굴었다.

그는 전반 25분 상대 팀 수비수의 깊은 태클로 왼쪽 발목을 잡고 쓰러졌다. 전반 40분에도 상대 팀 마흐디 빈아티야의 깊은 태클로 쓰러졌다.

호날두는 자신을 겨냥한 반칙성 태클이 계속 이어지자 심판에게 어필하기도 했다. 별다른 소용은 없었다.

호날두를 향한 거친 수비는 페널티 지역 안에서도 이어졌다.

후반 40분엔 모로코 누룻딘 암라바트가 페널티 지역 안에서 공을 잡은 호날두를 강하게 밀치기도 했다.

페널티킥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호날두에게 확실한 공격 찬스는 주지 않겠다는 생각 같았다.

사실 월드컵에서 상대 팀 에이스를 겨냥한 거친 반칙과 관중들의 야유세례는 흔히 볼 수 있다.

이번 대회에서도 마찬가지다. 각 팀 에이스들은 집중견제를 이겨내지 못하고 고전하고 있다.

브라질 네이마르는 스위스와 경기에서 무려 10개의 반칙을 당하며 무득점에 그쳤고, 아르헨티나 리오넬 메시는 아이슬란드 수비진들의 집중 마크에 고전하며 역시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무함마드 살라흐(이집트)도 부상 여파와 집중견제로 기대 이상의 플레이를 펼치지 못하고 있다.

거친 파울과 집중견제 속에서 맹활약을 펼치는 호날두가 더 빛나는 이유다. 호날두 원맨 팀이라는 한계에도 포르투갈은 1승 1무, 승점 4로 B조에서 16강 진출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호날두는 이날 골로 A 매치(국가대표팀 간 경기) 개인 통산 득점을 85골로 늘려 역대 유럽 선수 중 1위로 올라섰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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