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글로비스 임직원들, 1천억원대 '부당거래' 적발

입력 2018-06-20 13:18
수정 2018-06-20 13:29
현대글로비스 임직원들, 1천억원대 '부당거래' 적발

범행 주도 과장급 구속 기소…이사급 임원·부장도 가담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현대자동차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 소속 간부가 회사의 외부 매출 실적을 올리기 위해 총 1천억원대 허위 세금계산서를 거래했다가 재판에 넘겨졌다.

이번 범행에는 현대글로비스의 이사급 임원뿐 아니라 10여개 플라스틱 유통회사도 가담했다.

인천지검 형사5부(민기호 부장검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허위세금계산서 교부 등 혐의로 현대글로비스 과장 A(48)씨와 B(46)씨 등 5개 플라스틱 유통업체 대표 5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20일 밝혔다.

검찰은 또 같은 혐의 등으로 현대글로비스 이사 C(55)씨 등 이 회사 임직원 2명과 12개 유통업체 대표 12명도 입건하고 조만간 불구속 기소할 예정이다.

A씨 등 현대글로비스 임직원 3명은 2013년 1월부터 2015년 8월까지 이른바 '가장거래'나 '편법거래'를 통해 총 1천39억원대 허위세금계산서를 발행하거나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가장거래는 공급업체와 구매업체 등을 낀 상태에서 오가는 물품 없이 세금계산서와 물품 대금만 계속 순환시키는 방식으로 매출을 허위로 올릴 때 사용된다.

편법거래는 물품 공급업체와 구매업체가 돈과 함께 주고받는 물건을 중간에서 자신의 회사를 거쳐 간 것처럼 꾸미는 방식이다.

A씨 등 현대글로비스 임직원들은 계열사와의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고 외부거래를 늘리기 위해 허위 세금계산서를 플라스틱 유통업체들과 주고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법상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은 대기업 내 계열사 중 총수 일가 지분이 상장사 기준 30% 이상이고, 내부거래 규모가 연간 200억원이나 총 매출의 12% 이상인 기업이다.

상장사인 현대글로비스의 경우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과 정몽구 회장이 총 29.9%의 지분을 갖고 있어 규제 대상은 아니다.

그러나 검찰은 지분율이 변동되거나 내부거래 액수가 늘 것에 대비해 현대글로비스 임직원들이 외부거래를 불법으로 늘린 것으로 봤다.

조사결과 A씨는 2013년 1∼10월 거래업체 선정 대가로 플라스틱 유통업체 측으로부터 6천900여만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현대글로비스 회사 측이 실사를 통해 실제로 플라스틱이 거래되는지를 확인했어야 함에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양벌규정을 적용해 회사 법인도 입건했다.

앞서 검찰은 올해 3월 경찰로부터 사건을 송치받아 2개월 뒤 현대글로비스 본사를 압수수색하는 등 추가 수사를 벌였다.

검찰 관계자는 "현대글로비스 임직원들이 허위 세금계산서를 거래한 목적은 탈세보다는 제3자와의 매출 실적을 올리기 위해서로 보인다"며 "대기업의 부당내부거래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자 외부 매출을 올림으로써 내부거래 비율을 줄이려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 기소되지 않은 현대글로비스 임직원들은 고발이 있어야 처벌할 수 있는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세무당국으로부터 고발장을 받으면 곧바로 재판에 넘길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s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