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방중공개는 자신감 바탕…외교무대 진출 늘 듯"
중화권 전문가 "中영향력 재확인…미중 무역전쟁 카드 활용 의도도"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중국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3차 방중을 통해 북중관계를 정상국가간 관계로 전환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김 위원장도 북미정상회담 후 커진 자신감과 공고한 정권 장악력을 바탕으로 북중관계의 투명성 강화에 호응했다는 중화권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온다.
싱가포르 연합조보 등 중화권 매체들은 김 위원장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3차 회동으로 중국이 또다시 한반도 문제에 대한 강력한 영향력과 역할론을 내세우며 북한을 국제사회로 끄집어내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20일 보도했다.
장후이즈(張慧智) 지린(吉林)대 동북아연구원 부원장은 "이번 방중은 이전 2차례의 방문과는 성격이 다르다. 비공식 방문이 아닐뿐더러 방문 사실을 즉각 공개했다"며 "이는 중국이 대북교류의 투명성을 높이고 북중 밀착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와 호기심에 대해 답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앞서 김 위원장의 2차 방중에 대해 의구심을 내비치며 중국이 북미회담을 앞두고 북한에 배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중국은 이런 의구심을 불식하고자 신화통신, 중국중앙(CC)TV 등 관영매체를 동원해 김 위원장의 방중 소식을 즉각 공개했다.
특히 CCTV는 전날 저녁 황금시간대에 7분의 시간을 들여 김정은 방중 소식을 보도하기도 했다.
통상 북한 최고지도자는 중국 방문 일정과 노선을 비밀에 부치고 일정을 마친 다음에야 방중 사실을 공개해왔다. 국가안보 위해 가능성과 국내 정변 발생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장 부원장은 "김 위원장이 측근들과 함께 싱가포르 북미회담에 참석한 것은 정권 장악력이 이미 매우 공고해졌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 덕분에 김 위원장도 전통적 외교방문 관례를 바꿔 안심하고 해외 방문에 나서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따라 북한 외교가 한단계 도약해 앞으로 국제사회를 향해 적극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앞으로 외국 정상과의 회담 및 다자간 국제회의에 나서면서 '정상국가' 지도자로서 이미지를 보여주려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오는 9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에 김 위원장을 초청한 상태다.
스인훙(時殷弘)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김 위원장의 방중이 조기 공개된 것은 북미회담으로 북한의 국제적 위상이 한단계 격상되고 이에 따라 김 위원장 개인의 자신감도 커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중화권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이 미중 무역전쟁이 재개되는 와중에 이뤄진 점에 주목했다.
중국 차하얼(察哈爾)학회 덩위원(鄧聿文) 연구원은 "무역전쟁과 북한문제가 서로 연관관계를 갖기 시작했다"며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중국의 대북 밀착과시는 '북한 카드'를 미국에 대항하는 수단의 하나로 삼아 미국에 압력을 가하려는 의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통해 북한은 중국의 지지 속에서 핵 폐기 일정을 한층 늦출 수 있게 되고 중국은 미중 무역협상의 카드로 삼기 위해 북한이 제한적 수준의 핵을 보유하는 것을 묵인할 수도 있다고 봤다.
주펑(朱峰) 난징(南京) 국제관계연구원 원장은 "미중 무역문제를 경솔하게 북한 카드로 해결하려는 것은 매우 우둔한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무역갈등과 북핵문제를 뒤섞을 경우 경제문제가 지역 안보 대치와 외교적 갈등으로 전이되며 미중 양국의 대립이 한층 격화될 가능성이 커진다"며 "미중 양자관계에 있어 결코 좋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장후이즈 부원장도 "차이나패싱 논란에도 중국은 애초부터 한반도 문제에서 배제되는 사태를 크게 걱정하지 않고 있다"며 "북미 관계가 처음에 호전 기미를 보일지라도 장기적 신뢰관계는 크게 부족하기 때문에 북한이 미국과 실질적 성과를 거두려면 중국과 러시아의 지지가 필요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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