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딜 상황시 의회 승인"…英 상원 EU 탈퇴법 새 수정안 통과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영국 상원이 브렉시트(Brexit)와 관련해 의회에 더 큰 발언권을 주는 유럽연합(EU) 탈퇴법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앞서 상원은 EU와의 최종 협상안에 대한 거부 및 구체적인 협상 방향 지시 등의 권한을 의회에 부여하는 내용의 수정안을 통과시켜 하원으로 보냈다.
하원 표결을 앞두고 테리사 메이 총리가 집권 보수당 내 친 EU 성향 의원들을 만나 양보안을 제시, 가까스로 법안 통과를 막았으나 상원에서 또 다른 수정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19일(현지시간) 공영 BBC 방송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영국 상원은 전날 헤일샴 경이 상정한 EU 탈퇴법 수정안을 찬성 354표 대 반대 235표로 통과시켰다.
하원은 오는 20일 이 수정안에 대해 토론을 진행할 예정이다.
EU 탈퇴법은 브렉시트의 원활한 이행에 목적을 둔 입법안이다.
2019년 3월 29일 브렉시트가 단행되면 갑작스러운 변화로 인한 혼란을 막기 위해 기존 EU 법을 영국 법으로 전환, 정부와 의회가 시간을 두고 어느 것을 지키고 어느 것에 수정을 가할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됐다.
문제는 정치권 내에서 영국과 EU 간 최종 협상 결과에 대해 의회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어떻게 되는지, 양측 간 아무런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는 '노 딜' 상황을 맞으면 어떻게 될지와 관련해 이견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한쪽에서는 영국이 최종 합의 없이 EU로부터 떨어져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의회가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이같은 입장이 영국의 브렉시트 협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앞서 상원은 지난 4월 EU 탈퇴법과 관련해 15개 조항을 수정해 통과시킨 뒤 이를 하원에 넘겼다.
구체적으로 EU와의 최종 협상안에 대한 거부 및 구체적인 협상 방향 지시 등의 권한을 의회에 부여하고, 영국 정부가 계속 EU 관세동맹에 남아있기 위해 취한 협상조치들을 의회에 설명하도록 하는 내용 등이 수정안에 담겼다.
정부는 이같은 수정안이 정부의 브렉시트 정책 방향과 어긋나는 데다 EU와의 협상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반대해왔다.
집권 보수당 내 친 EU 성향의 의원들이 반란 기미를 보이자 메이 총리가 이들을 만나 양보안을 제시했고, 결국 하원에서는 수정안이 부결됐다.
메이 총리가 제시한 양보안이 보수당 내 친 EU 성향 의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헤일샴 경은 다시 기존 보수당의 도미닉 그리브 의원이 만든 안을 토대로 새 수정안을 상원 표결에 상정했다.
일명 '그리브 2'로 불리는 수정안은 내년 1월 21일까지 브렉시트 협상이 합의에 도달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을 경우 정부가 향후 어떤 계획에 따라 움직일지를 2주 안에 의회에 보고한 뒤 승인을 받도록 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헤일샴 경은 "브렉시트는 국가적 재앙"이라며 "우리나라의 중요한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노 딜' 상황이 벌어질 경우 의회가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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