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미·채소가 몸에 좋다고?…상식을 뒤집는 건강론

입력 2018-06-19 17:10
현미·채소가 몸에 좋다고?…상식을 뒤집는 건강론

신간 '플랜트 패러독스'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도정을 덜 한 현미나 통밀 같은 통곡물이 건강에 이롭다는 통념이 잘못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채소와 과일을 많이 섭취할수록 몸에 좋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

미국의 유명한 외과 전문의인 스티븐 R.건드리는 저서 '플랜트 패러독스'(쌤앤파커스 펴냄)를 통해 건강과 섭식에 관한 우리의 건강 상식을 180도 뒤집는 도발적인 주장을 펼친다.



많은 현대인이 현미가 백미보다 몸에 좋다고 믿고 있다. 저자는 그렇다면 아시아에서 쌀을 주식으로 하는 40억 명의 사람들이 오래전부터 현미의 외피를 벗겨 백미로 만들어 먹은 일이 어리석어서이겠냐고 묻는다.

그는 단호하게 그렇지 않다고 답한다.

이는 밀을 비롯한 곡물의 섬유질을 제거할 수 있게 된 이래로, 서구의 특권계급이 흰 빵을 먹고 현미와 통곡물로 만들어진 갈색 빵을 소작농들에게 줬던 것과 같은 이치라는 것이다.

저자는 통곡물은 섬유질을 벗겨낸 곡물보다 '렉틴'이라는 독성 물질이 많아 먹으면 속이 불편할 뿐 아니라 과체중과 염증을 유발한다고 지적한다.

렉틴은 곡물 껍질에 많은데, 흰 빵과 백미를 선호한 조상들은 이를 제거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는 얘기다.

책에 따르면, 렉틴은 식물이 자신을 먹어치우는 포식자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독소다. 식물의 한쪽에서 벌레가 잎을 갉아먹기 시작하면 다른 쪽은 렉틴 함량이 2배로 증가한다고 한다.

동식물에서 발견되는 단백질 복합체인 렉틴은 식물을 소비한 포식자 몸속 탄수화물에 달라붙어 세포 사이의 신호 전달을 방해하고 독성과 염증성 반응을 유발한다.

최근 피해야 할 단백질로 주목받는 밀, 보리, 호밀, 귀리에 함유된 글루텐도 수천 종의 렉틴 중 하나다.

렉틴은 사람마다 건강 상태에 따라 내성이 다르지만, 음식 과민증, 탐식증, 소화장애, 두통, 브레인포그(머릿속이 안개 낀 듯 뿌예져서 분명하게 생각하고 표현하지 못하는 상태), 에너지 부족, 관절 통증 등 갖가지 증세를 일으킬 수 있다.

렉틴은 대부분이 식물에 들어있지만 곡물과 콩에 많고, 토마토, 감자, 가지, 후추 등 가지속 식물에도 많다.

렉틴은 과일에도 많이 포함돼 있는데 다 익지 않은 과일일수록 렉틴 수치가 높다. 따라서 약간 덜 익었을 때 수확해 숙성된 것처럼 보이게 약품 처리한 과일은 건강에 해롭다.

식물만이 아니다. 요즘의 산업형 농장에서 키우는 소나 돼지, 닭은 옥수수와 대두로 키우는 탓에 많은 렉틴을 갖고 있다.

책은 인간이 곡물의 렉틴에 취약한 건 곡물을 주식으로 삼기 시작한 것이 신석기 농업혁명이 일어난 1만 년 전부터여서 적절한 내성을 진화시키지 못한 탓이라고 설명한다.

게다가 인체가 항생제, 소염제, 제초제, 비료, 식품 첨가물 등 각종 화학물질에 과도하게 노출된 탓에 렉틴 대처 능력이 저하된 것이 더욱 문제라고 지적한다. 특히 화학물질 때문에 몸에 기생하는 많은 미생물과의 균형이 무너진 탓에 렉틴으로 인한 피해가 커지고 각종 질환이 생긴다는 것이다.

저자는 예일대를 졸업한 뒤 미시간대에서 흉부외과 과정을 밟은 뒤 로마 린다 의과대학에서 외과·소아 흉부외과 교수이자 과장으로 16년간 재직한 자신이 돌연 복원의학으로 진로를 바꾼 것은, 수술이 아니라 식이요법으로 심장을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 알게 됐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제 몸에 좋은 음식을 재정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플랜트 패러독스 프로그램'이라 명명한 식습관 교정 프로그램을 제안한다.

"환자의 식단에서 과일을 배제할수록 환자의 상태가 좋아졌고, 콜레스테롤 수치와 신장 기능이 호전되었다. 오이나 호박처럼 씨앗이 많은 채소를 배제할수록 환자들은 빠르게 회복되고, 체중이 더 많이 빠졌으며, 콜레스테롤 수치가 더 많이 개선되었다. 더구나 환자들이 조개류와 갑각류, 계란 노른자를 많이 먹을수록 콜레스테롤 수치는 낮아졌다."

이영래 옮김. 392쪽. 1만8천원.

abullap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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