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여드는 음주객에 몸살…'연트럴파크' 출입제한 하나

입력 2018-06-19 16:45
모여드는 음주객에 몸살…'연트럴파크' 출입제한 하나

경의선 숲길공원 '핫플레이스' 뜨자 소음·쓰레기·악취 문제 대두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연트럴파크'라 불리는 서울 마포구 연남동 경의선 숲길공원이 모여드는 음주객으로 몸살을 앓으면서 일부 구간 출입제한이 검토되고 있다.

마포구는 최근 서울시에 경의선 숲길공원의 지하철 홍대입구역 3번 출구에서부터 350m에 이르는 잔디구역에 대해 3~4개월 한시적 출입제한이나 일몰 후 출입제한을 검토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19일 밝혔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숲길공원이 밤에 음주객들로 뒤덮이자 소음, 쓰레기, 악취로 인근 주택가에서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를 단속할 마땅한 방법이 없자 구는 훼손된 잔디밭 정비 등을 이유로 출입제한 조치가 이뤄지기를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다.

마포구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다른 공원과 달리 주택가에 공원이 있어서 한밤 음주객들로 인해 주민들의 불편이 크다"며 "소음도 문제고 숲길공원에 공중화장실이 없다 보니 인근 골목길 노상방뇨 등도 문제가 되고 있다. 새벽이면 악취가 진동한다"고 밝혔다.

경의선 숲길공원에는 처음에는 쓰레기통도 없었지만 지난해부터 음주객들이 하나둘 모여들면서 쓰레기가 문제가 되자 마포구가 쓰레기통을 설치했다. 하지만 인기 장소가 되면서 설치된 쓰레기통으로는 넘쳐나는 쓰레기를 감당할 수 없게 됐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1월 경의선 숲길공원을 포함해 서울시 직영 공원 22곳을 '음주청정지역'으로 지정하고, '술을 마신 뒤 심한 소음 또는 악취가 나게 하는 등 다른 사람에게 혐오감을 주는 행위'에 대해 1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금주지역이 아니고,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기준 자체가 모호해 민원 유발 행위에 대한 단속이 되지 않고 있다. 마포구는 관할 경찰서 등과 함께 매주 금요일 이 지역에서 '건전한 음주 문화 캠페인'을 펼치고 있고, 목~토 밤에는 단속요원들과 함께 순찰도 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실제로 '혐오감을 주는 행위'에 대해 단속을 한 경우는 없다.

마포구 관계자는 "술을 마셔도 어느 정도 선을 지키면 좋은데 질펀하게 먹고 마시는 분위기가 된 게 문제"라며 "하지만 '금주지역'이 아니라 술 마시는 분들 앞에서 건전한 음주문화 캠페인을 하는 것 자체가 이상한 모양새가 돼버렸다"고 토로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31일에는 한 맥주회사가 이 공원가에 팝업스토어를 열고 음주객에게 돗자리와 등받이의자를 제공하며 '분위기'를 더욱 돋우고 있다. 마포구가 '영업장 외 영업' 등으로 단속을 검토했지만 역시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천지개벽'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2015년 6월 개장해 주민들에게 기쁨을 준 경의선 숲길공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핫플레이스'로 뜨면서 이처럼 예상하지 못한 유명세를 치르게 됐다.

마포구 관계자는 "음주 문제가 뉴스에서 부각되자 더 많은 사람이 모여들고 있다"며 "무질서한 음주의 심각성이 부각돼야 하는데 이 지역이 인기 지역이라는 사실만 더 알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 푸른도시국 관계자는 "시가 마포구로부터 공문으로 접수한 것은 없지만 공원을 관리하는 서부공원녹지사업소에는 의견이 전달된 것으로 안다"면서 "경의선 숲길공원 문제에 대해 인지하고 있고 다음 주 열리는 서울시 부구청장 회의에서 해당 사안이 논의될 듯하다"고 밝혔다.

이어 "단속할 관련 법규가 없기도 하지만, 이런 사안은 단속하기보다는 성숙한 시민의식에 기대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면서도 "만약 훼손된 잔디밭 출입을 제한한다면 가을부터 내년 봄까지가 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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