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세탁기 가격 상승폭 사상 최고…"세이프가드 부메랑"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 최근 미국 세탁기 가격의 상승 폭이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올해 초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산 세탁기 등에 대해 발동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로 미국 내 세탁기 가격이 줄줄이 인상되면서 발생한 현상으로 보고 있다.
미국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이 되려 미국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역효과를 낳을 것이란 지적이 현실화된 셈이다.
20일 미국 노동통계국(Bureau of Labor Statistics·BLS)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품목 중 세탁장비(Laundry equipment) 지수가 지난달 기준으로 3개월 새 1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 85.03이었던 세탁장비 품목 지수는 지난달 99.46으로 급등했다.
이는 지난달 세탁기 가격이 3개월 전인 지난 2월보다 크게 뛰었다는 뜻이다.
이 같은 상승률은 BLS가 통계를 공개한 기간(2006년부터 현재) 중 최고치이자 유일한 두 자릿수 상승률이다.
지난해 5월(91.73)과 비교하면 8.4% 상승, 최근 5년래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국내 업계는 한국산 세탁기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세이프가드 조치에 따른 역효과로 보고 있다.
지난 2월 트럼프 행정부는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를 비롯한 한국산 가정용 세탁기에 대해 저율관세할당(TRQ) 기준을 120만대로 설정하고, 첫해 120만대 이하 물량에는 20%, 초과 물량에는 50%의 관세를 부과하도록 했다.
이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 3∼4월께 미국 시장에서의 세탁기 판매가격을 약 8% 안팎으로 인상했다.
여기에 애초 삼성전자·LG전자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 청원을 했던 미국 월풀까지 이 틈을 타고 8∼20% 수준의 가격 인상을 결정하면서, 결과적으로 미국 내 세탁기 가격대가 전반적으로 올라갔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국내 업체는 미국 정부가 책정한 높은 관세율만큼 한꺼번에 제품가격을 올릴 수 없기 때문에, 월풀보다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월풀이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기조에 편승해 반사이익 효과를 얻으려고 슬그머니 가격을 올렸다"며 "월풀은 세이프가드 효과를 볼지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미국 소비자는 부메랑을 맞았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분석은 현지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보도에서 "올해 봄 세탁기 가격이 17% 치솟은 건 기록상으로 볼 때 최대 상승 폭"이라면서 "높아진 가격이 소비자들의 선택 범위를 넓혀줬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전역에서 연간 판매되는 1천만대 세탁기의 가격 인상분을 합쳐본다면, 결국은 소비자들이 (세이프가드 조치를 통해) 창출됐거나 지켜졌을 일자리를 위해 매년 집단으로 무수한 비용을 지불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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