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채용절차 공식허용 2주만에 취업내정률 71%
대기업 구인배율은 0.37, 여전히 좁은 문…복수 내정자 많아 경쟁 가중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일본의 내년 봄 대학졸업 예정자의 70% 이상이 이미 취업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력 취업정보업체 마이나비는 6월15일 현재 내년 대졸 예정자의 취업 내정률이 71.6%로 나타났다고 19일 밝혔다.
이는 작년 같은 시기의 내정률 보다 3.9 포인트 높은 것이다.
일본 최대의 경제단체인 게이단렌(經團連)은 대학 4학년을 대상으로 한 면접 등 채용절차를 6월1일부터 시작하도록 회원사에 요청하고 있다. 채용활동 공식 허용 2주만에 10명 중 7명이 취업 내정통보를 받은 셈이다.
일본 채용시장은 심각한 인력 부족으로 구직자가 '갑'의 입장이지만 누구나 들어가고 싶어하는 대기업 취업은 여전히 '좁은 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리쿠르트사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내년 졸업 예정자 채용에서 종업원 300명 미만 중소기업의 구인배율은 9.91이다. 졸업예정자 1명당 일자리 9개가 있는 셈이다.
그러나 종업원 5천명 이상 대기업의 구인배율은 0.37로 대략 취업자 3명이 일자리 하나를 놓고 경쟁해야 하는 상태다.
여기에 취업자 한 사람이 복수의 기업에서 내정통보를 받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대기업 취업문은 더 좁아진다.
대기업 취업이 어려워진데는 학생들의 대기업 선호도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인력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대기업도 채용인원을 늘리고 있지만 그 이상으로 지망자가 늘고 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전했다.
요즘 학생들은 경제가 디플레이션인 환경에서 자라 무엇보다 안정을 중시하기 때문에 복리후생이 잘 갖춰진 대기업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지난 16일 마이나비가 도쿄도(東京都)내에서 개최한 유학생 대상 기업설명회에 참석한 도요(東洋)대 4학년의 한 남학생은 3개 회사로부터 내정통보를 받았지만 회사 측에 알리지 않은 채 취업활동을 계속하고 있다고 털어 놓았다.
그는 "평생에 한번인 기회인 만큼 되도록 여러 곳을 알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게쓰카 도모야 마이나비 HR리서치부 과장은 "현시점에서 내정통보를 받은 학생은 평균 2개사 이상으로부터 내정통보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학생들에게 취업내정 통보를 한 대기업 측도 당사자들이 막판에 내정을 '사퇴'할 것을 우려, 이들을 붙들어 두기 위해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내정통보를 받은 학생들끼리 SNS 연락망을 만들어 교류모임 또는 간담회 등을 열거나 현재 대학 3학년인 2020년 졸업예정자들을 인턴으로 데려오도록 해 해당 기업 취업내정자로서의 자부심을 갖도록 유도하는 방법 등이 널리 이용되고 있다.
학생의 부모에게 입사승락을 받는 아이디어도 등장했다.
가구 등 인테리어 소매업체인 니토리는 내년 졸업 내정 당사자와 부모에게 자사 복리후생제도를 정리한 자료를 보내고 있다.
"과거 부모의 반대로 입사를 포기한 학생이 있었던 점을 고려, 부모를 안심시켜 입사를 적극 찬성하게" 하기 위해서다.
LINE은 엔지니어직 등의 내정자가 입사전에 아르바이트를 할 경우 연봉을 시간급으로 환산한 금액을 지급하고 있다. 인력쟁탈전이 치열한 IT업계에는 이런 방법이 확산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에이팀(Ateam)'은 인공지능(AI)을 이용한 학생의 성격진단을 토대로 비슷한 유형의 사원을 배치해 상담과 내정통보를 맡긴 결과 학생의 내정 수락률을 30% 정도 높이는데 성공했다고 한다.
마이나비에 따르면 기업이 올해 대졸 신입사원 채용에 들인 비용은 1인당 평균 53만 엔(약 534만 원)으로 전년대비 7만 엔(약 70만 원) 증가했다. 비용과 시간을 들여 내정을 통보한 학생들을 붙잡아 두는 건 바로 비용절감으로 연결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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