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중국 복권붐…은밀한 돈내기·사기 횡행

입력 2018-06-19 13:01
[월드컵] 중국 복권붐…은밀한 돈내기·사기 횡행

체육복권 앱 다운로드 급증…세수 목적의 정부 부추김도 한몫

(선양=연합뉴스) 홍창진 특파원 = 러시아월드컵 조별예선 열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 축구팬들이 복권 구매에 열을 올리고 있고 일부는 공식 복권에 만족 못 해 지하복권을 이용해 돈내기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온라인상에서 복권 판매를 둘러싼 사기마저 횡행하는 상황이라고 전문가들이 경고했다.



19일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에 사는 리원룽(李文龍)은 "독일-멕시코전을 앞두고 500 위안(약 8만5천 원) 어치의 복권을 사면서 멕시코 승리에 돈을 걸었다"면서 "아침에 일어나보니 정말 멕시코가 이겨서 하룻밤 새 5천 위안(약 85만 원)을 벌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축구관람에는 흥미가 없고 고액배당에 관심이 있을 뿐"이라며 "친구들도 많이 월드컵 축구복권을 샀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세수를 목적으로 정부가 부추긴 것도 한몫했다.

중국 국가체육총국은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경기당 총 득점, 승패 예측 등 7가지 선택권을 둔 특별복권 판매에 들어갔다.

동부 저장(浙江)성 닝보(寧波)의 복권판매업자 우(吳) 모 씨는 "올해 월드컵 기간에 우리 가게 축구복권 판매량이 평소보다 거의 2배로 늘었다"면서 "상당수 청년이 복권판매점뿐만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서 복권을 사들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 검색 사이트에서 복권이 뜨거운 호응을 받고 있다. 사용자가 휴대전화번호를 등록하면 복권을 살 수 있다.

지난 18일 중국 애플 앱스토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무료 앱(스마트폰 응용 프로그램) 10개 중 4개는 체육복권 앱과 관련됐다.

베이징(北京) 딩리(鼎立)통신기술사의 체육복권 앱은 13만 회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런런마이차이퍄오(人人買彩票)'라는 이름의 또 다른 인기 체육복권 앱은 '언제나 그랑프리를 타자'와 '꿈이 여기서 시작된다'는 2가지 구호로 복권구매자를 끌어들인다.

신문은 "그러나 복권산업의 빠른 성장과 더불어 지하복권 및 도박이 광범위하게 퍼졌다"고 지적했다.

동부 푸젠(福建)성 샤먼(廈門)의 사기방지센터는 주민을 상대로 사기에 속지 않도록 긴급 통보했다.

웨이신(微信·위챗), 텅쉰(騰迅·텐센트)QQ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돈내기하는 소위 '축구도박집단'에 가입하도록 꼬임을 당한 피해자들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내기에 이긴 피해자들이 상금을 요구하면 이들은 보증금 조로 더욱 많은 돈을 송금하도록 요구했다.

베이징 키솔루션 스포츠컨설팅사 장칭(張慶) 대표는 "체육복권 자체는 불법이 아니지만, 법률상의 허점을 악용해 세금을 회피하고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지하복권이 법규를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realis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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