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별 따기' 난민 지위 획득 제주 첫 사례는 누구?

입력 2018-06-19 11:31
수정 2018-06-19 13:52
'하늘의 별 따기' 난민 지위 획득 제주 첫 사례는 누구?

중국인 선교사 최근 난민 지위 얻어...내국인 수준 사회보장 받아

내전 피해 제주 온 예멘인 539명 난민 지위 인정 여부 관심 쏠려

(제주=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최근 극심한 내전 상황을 피해 제주로 온 예멘인 500여명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이달 초에 나온 제주 첫 난민 인정 사례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은 들어 최근까지 2천여명이 넘는 외국인들의 난민신청을 접수했지만, 난민 지위를 인정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하늘에 별따기'라 불리는 난민 지위를 획득한 이는 중국인 선교사 T씨.

A선교회 목사인 T씨는 2006년께부터 중국 내 탈북자들이 라오스 등으로 출국하는 것을 돕다 2008년 8월 중국 공안에 체포돼 이듬해 법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T씨는 집행유예 선고 직후 또다시 자신에 대한 중국 정부의 수배령이 떨어졌다는 소식을 접하고, 중국을 떠나 캄보디아, 라오스, 태국 등지를 떠돌았다. 그 과정에서 2010년 10월 태국 정부에 난민신청을 했지만 거부됐다.

T씨는 2012년 12월 라오스로 들어가 라오스 국적을 취득했고, 라오스에 체류하는 동안 수시로 중국에서 라오스 국경까지 내려온 북한 이탈민을 태국 등으로 탈출하도록 도왔다. 그러던 중 T씨는 2016년 3월 주라오스 중국대사관 측으로부터 형을 감경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중국으로 돌아가 자수하라는 취지의 연락을 받자 고심 끝에 탈북자 지원 단체의 도움을 받아 한국에 입국했고, 그해 4월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 난민신청을 했다.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은 "T씨가 중국을 떠나 라오스에서 평온한 생활을 한 만큼 박해의 공포가 있다고 볼 수 없고, 북한 이탈주민 지원도 돈을 벌기 위한 것이어서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한 박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난민 불인정 처분을 내렸다.

이에 반발한 T씨는 지난해 4월 3일 제주지법에 난민불인정 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재판 과정에서 T씨는 "중국 내 북한 이탈민들의 중국 탈출을 돕는 등 중국의 국내법 및 탈북자 정책에 반해 이른바 탈북자 지원활동을 했기에 중국으로 돌아갈 경우 정부로부터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며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의 난민 지위 불인정 처분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T씨는 그해 12월 13일 1심, 2018년 5월 23일 광주고법의 항소심에서 승소했고, 재판 결과는 이달 8일 확정됐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북한 이탈주민 지원활동은 단순히 중국의 국내법 위반이 아니라 정치적 박해의 대상이 되는 행위"라며 "T씨가 중국에 돌아갈 경우 불법 월경 조직 혐의로 7년 이상의 징역 또는 무기징역을 받게 될 수 있어 T씨가 박해에 대한 공포를 가졌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T씨가 경제적이거나 인도적인 동기 등에 의해 자국의 실정법을 위반하는 행위를 했다고 하더라도, 구체적인 사정 여하에 따라서는 문제된 실정법 위반 행위에 자국의 법과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의 정치적 의견 또한 반영되었다고 봐야 한다는 판단도 내렸다.

재판 결과가 확정됨에 따라 법무부의 난민불인정 처분은 효력을 잃었고, T씨는 난민으로서의 법적 지위와 권리를 보장받게 됐다.

T씨의 G-1비자는 난민 체류 비자인 F-2 비자로 변경됐다.



우리나라의 난민법은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자에게 참정권을 제외한 사회보장권을 인정한다. 따라서 T씨는 소득이 낮을 경우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받을 수 있고, 의료보험 혜택도 받게 됐다. 직업훈련도 받을 수 있고, 취업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T씨가 제주에서 첫 난민 지위를 인정받게 됨에 따라 최근 제주에 온 500여명의 예멘인에게 난민 지위가 주어질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제주에선 외국인 948명이 난민 지위 신청을 했다. 이는 지난 한해 312명에 견줘 3배 이상 증가한 숫자다.

국적별로는 장기간 내전이 빚어진 예멘인이 519명(전체 54.7%)으로 가장 많다. 그다음으로 중국인 293명(30.9%), 동남아시아 국가 등 기타 136명(14.4%)으로 집계됐다. 예멘인은 이달 들어서도 20명이 더 난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지난 1일부터 예멘인들에 대한 무비자 입국을 불허해 예멘인의 추가 입국은 없는 상태다.

ji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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