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찰, 비공개촬영회 43명 수사…촬영·유통 전반 수사확대
참가자 신원 확인 안 하면 '유포 방조' 적용 검토
피해자 동의한 촬영물도 유포시 처벌강화 법개정 추진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유튜버 양예원 씨의 호소로 촉발된 '비공개 촬영회'에서의 강압적 촬영, 추행, 사진 유출·유포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이 이런 촬영회를 통한 음란물 제작·유통구조 전반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19일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서울경찰 관내에서 진행 중인 여성모델 추행 및 음란사진 유포 사건은 모두 9건이다.
피의자는 스튜디오 운영자 8명, 촬영자 12명, 수집·유포자 6명, 헤비업로더 11명, 음란사이트 운영자 6명 등 43명이며 경찰은 그중 30명의 인적사항을 확인해 수사 중이다.
경찰은 각 사건에 중복해서 나타난 피의자를 총 8명으로 보고 있다. 스튜디오 운영자, 중간 유포자, 음란사이트 게시자, 사진 판매자, 음란사이트 운영자, 촬영자 각 1명씩에 촬영·유출자 2명 등이다.
여기서 스튜디오 운영자 A 씨 등 5명은 양예원 씨의 고소로 처음 드러난 피의자다. 이들이 여러 사건에 등장한 것은 경찰이 비공개 촬영회 전반의 구조를 들여다보는 실마리가 됐다.
현재 서울경찰청 여성청소년과와 서울청 산하 일선 6개 경찰서의 관련 부서가 투입돼 합동수사본부에 준하는 체제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은 스튜디오 운영자가 모델과 촬영자를 모집해 촬영회가 이뤄지면 촬영자가 수집·유포자와 사진을 거래하고 이 사진이 헤비업로더에게 넘어가 음란사이트에 게시되는 구조를 파악 중이다.
디지털 장의업체가 불법 음란사이트에 돈을 주고 배너 광고를 내 유출 피해자들의 사진을 지워주는 대가로 이익을 챙긴 부분도 조사 대상이다.
경찰은 특히 스튜디오 운영자들이 일부 촬영자들의 사진 유포 가능성을 알면서도 참석시키거나 촬영자들의 신원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부분에 촬영물 유포를 방조한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비공개 촬영회는 예술성보다 일반인 음란사진에 대한 꾸준한 수요와 주최자·촬영자·유포자 등의 이익 창출 목적이 맞물려 음성적으로 지속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비공개 촬영회 자체를 불법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촬영회 운영자들에게 유출 방지에 대한 특단의 책임을 지움으로써 재발을 방지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비공개 촬영회에서 유출된 사진은 대부분 '피해자가 촬영 자체에는 동의했다'는 특성이 있다고 보고, 피해자가 촬영에는 동의했더라도 영리 목적으로 유포되면 처벌을 강화하도록 경찰청을 통해 법률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행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몰래카메라 등 동의 없는 촬영물을 영리 목적으로 유포하면 7년 이하 징역이 가능하다. 동의 촬영물의 유포는 3년 이하 징역에 그친다.
한편 경찰은 이날 A 씨를 다시 불러 조사하고 조만간 양예원 씨 고소 사건의 결론을 낼 방침이다.
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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