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연일 北에 '구애'…"김정은 지도력 있다…새출발하자"(종합)

입력 2018-06-18 21:23
아베, 연일 北에 '구애'…"김정은 지도력 있다…새출발하자"(종합)

한손엔 납치문제, 한손엔 경제협력 들고 "정상회담 하자"

北방송 "납치문제 거론은 평화기류 막으려는 치졸한 추태"

(도쿄=연합뉴스) 최이락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연일 북일 정상회담을 원한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구애'하고 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그는 이날 참의원 결산위원회에서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문제 해결 방안에 대한 자민당 다키나미 히로후미(瀧波宏文) 의원의 질문에 "북한과 상호 신뢰를 만들어 해결에 주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김정은) 위원장에게는 북미정상회담을 실현한 지도력이 있다"며 "북한과 일본 간에도 새로운 출발을 해서, 상호불신이라는 껍질을 깨고 납치문제를 해결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납치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어떤 기회도 놓치지 않을 것"이라며 "기회가 있으면 잡고 싶다"고 덧붙였다.

아베 총리는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연일 북일회담 추진 의사를 밝혔지만 지난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의 역사적 북미정상회담 이후 국회에 출석해 북일정상회담 추진 의사를 밝힌 것은 처음이다.

그만큼 아베 총리로서는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성사시킬 필요성이 크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실제 6자회담 참가국 가운데 북한과 정상회담을 하지 못한 나라는 러시아와 일본뿐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오는 9월 중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해 달라고 김 위원장을 초청하는 등 북러정상회담은 사실상 시간 문제가 된 상황이다.



이에 아베 총리는 납치문제 해결이라는 명분과 핵 폐기 관련 비용 및 경제협력이라는 당근을 내밀며 대북 구애에 힘을 쏟고 있다.

아울러 아베 총리로서는 사학스캔들의 여파로 지지율이 정체를 거듭하는 만큼 이런 국면 타개를 위해서도 김정은 위원장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모습을 연출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북한은 아직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북한은 아베 총리가 정상회담의 명분으로 내건 납치문제에 대해 '이미 해결된 사안'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있어서 아베 총리의 잇따른 구애에도 회담 성사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일본 언론은 지난 12일 북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납치문제를 거론하며 "일본과도 대화해야 한다"고 말한 데 대해 김 위원장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보도를 쏟아냈다.

그러나 북한 국영 평양방송(라디오)은 지난 15일 논평에서 "일본은 이미 해결된 납치문제를 끄집어내서 자신들의 이익을 얻으려 획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방송은 "일본만이 무모한 대조선(대북) 강경정책에 끈질기게 매달리고 있다"며 "국제사회가 일치해 환영하는 한반도 평화의 기류를 필사적으로 저지하려는 치졸하고 어리석은 추태"라고 비난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무조건적인 북일회담 추진은 문제가 있다"는 당 안팎의 지적을 의식한 듯 "북일정상회담을 하는 이상 북한의 핵·미사일, 납치문제 해결에 이바지하는 회담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납치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북일 국교정상화는 없으며, 북한에 대해 경제협력을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탄도미사일 방어를 위해 배치하려는 지상배치형 요격시스템(이지스 어쇼어)에 대해서는 "우리나라를 사거리로 하는 수백 발의 탄도미사일이 존재한다는 사실에서 눈을 돌릴 수 없다"며 "어떤 사태에도 대응하도록 만전의 대비를 해야 한다"고 말해 예정대로 추진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choina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