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도니아, 국명 변경키로 그리스와 합의…27년 갈등 해결(종합)

입력 2018-06-18 23:23
수정 2018-06-18 23:23
마케도니아, 국명 변경키로 그리스와 합의…27년 갈등 해결(종합)



새 이름 '北마케도니아'…거센 내부 반발로 EU·나토 가입까진 험로

(로마·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현윤경 특파원 = 유럽 이웃 국가인 그리스와 마케도니아가 국명을 둘러싼 27년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합의문에 17일(현지시간) 공식 서명했다.

마케도니아로서는 '북마케도니아공화국'(Republic of North Macedonia)으로 국호를 바꾸기로 하면서, 유럽연합(EU)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에 길을 열어놓은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두 나라 내부에서 반발이 만만찮아 최종 해결까지는 난관이 예상된다.



◇ 양국 합의문 공식 서명 = 그리스의 니코스 코치아스 외교장관과 마케도니아의 니콜라 디미트로브 외교장관은 이날 오전 국경지대인 그리스 프사라데스에서 마케도니아의 국호 변경 합의문에 서명했다고 로이터와 AFP 통신이 보도했다.

이날 행사에는 그리스의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와 마케도니아의 조란 자에브 총리를 비롯해 EU 및 유엔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그간의 비생산적인 논쟁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믿은 사람은 많지 않았다"며 "우리는 이번 합의를 미결로 두지 않게 할 역사적인 책임이 있다"라고 말했다.

양국 총리는 지난 12일 전화 통화를 통해 타협안에 합의한 바 있다.

앙숙 관계를 유지해온 두 나라는 지난해 5월 집권한 개혁 성향의 자에브 총리가 그리스와의 관계 개선 의지를 천명하면서 이번 합의를 끌어냈다.

합의문이 공식적으로 효력을 발휘하려면 양국 의회의 비준을 받아야 하며 마케도니아에서는 국명을 바꾸려면 헌법 개정이 필요해 국민투표를 거쳐야 한다.

◇ 양국 일부 거센 반발 = 양국이 의회 비준을 준비하고 있지만, 두 나라 모두 내부의 문턱을 넘으려면 험로가 예상된다.

마케도니아 정부는 18일 각료 회의를 열어 국명 개정에 대한 합의안을 승인하고, 합의안을 국회에 공식 제출했다.

국회가 비준하면 대통령 승인을 거쳐 합의안이 국민투표에 부쳐진다.

그러나, 조르게 이바노프 마케도니아 대통령은 지난 13일 "헌법 위배"라며 국호 변경안에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 이바노프 대통령은 자에브 현 총리의 정적이다.

그리스 측은 마케도니아의 내부 승인이 완료된 직후 의회 비준에 나설 예정이다. 마케도니아 정치권이 국명 개정에 대한 내부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마케도니아의 EU와 나토 가입 절차는 자동으로 중단된다고 그리스 측은 밝혔다.

이번 합의를 주도한 그리스의 치프라스 총리도 서명 전날, 야당이 주도한 불신임 투표가 153대 127로 부결되면서 총리직을 유지할 수 있었다.

불신임 투표 토론 과정에서 그리스 군대에 마케도니아와의 국명 변경을 주도한 치프라스 총리와 그리스 대통령, 국방장관을 체포해 "그들의 머리를 마케도니아 국경으로 가져가라"고 선동한 극우정당 '황금새벽'의 의원 1명이 체포되기도 했다.

일반 국민의 반발도 거세, 합의문이 서명되는 순간 양국에서는 격렬한 시위가 벌어져 부상자가 속출했다.

마케도니아 수도 스코페와 국경 마을에서는 각각 수백 명과 수천 명이 참가한 시위가 벌어졌다. 스코페에서는 경찰이 최루가스와 섬광 수류탄을 이용, 돌을 던지는 수백 명의 시위대를 해산했다.

시위대는 "마케도니아를 위해 목숨까지 버릴 각오를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과정에서 경찰 7명이 다치고, 시위대 25명이 구금됐다.

또, 밤새 마케도니아의 집권당 소속 의원 1명의 차가 방화에 불타는 일도 일어났다.

그리스에서도 여론조사 결과 최대 70%가 이번 합의에 반대하는 등 반발 수위가 높다. 보수 성향의 야당과 국민은 국명에 '마케도니아'라는 단어가 들어 있는 한 찬성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합의문이 서명된 그리스 인근 마을에서는 시위대 4천 명이 "어떤 것도 받아들일 수 없고, 모두 무효"라며 경찰과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최루가스가 발사되며 12명이 다쳤다.





◇ 국명 둘러싼 갈등 역사 = 두 나라 간 국명 분쟁은 1991년 마케도니아가 옛 유고 연방에서 분리, 마케도니아란 이름을 쓰고 그리스 측이 이에 강력히 반발하면서 지속해왔다.

이미 마케도니아 주(州)라는 지명을 가진 그리스는 마케도니아라는 이름이 알렉산더 대왕을 배출한 고대 마케도니아 왕국의 중심지에 대한 영유권을 시사한다며, 그리스 역사를 도용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마케도니아는 1993년에 '구(舊) 유고슬라비아 마케도니아공화국'(FYROM)이라는 이름으로 유엔에 가입했으나, 그리스의 완강한 반대로 나토와 EU에는 발을 들이지 못하고 있다.

오랜 기간 양국 협상을 지켜본 유엔 중재자 매슈 니메츠(79)는 로이터에 공정하고 훌륭한 협상 결과라며 "이웃 간에 진정으로 해결을 원한다면 문제를 풀어가는 데 좋은 사례"라고 환영했다.

일부에서는 러시아가 이번 합의에 분명히 반대했다며 우려의 눈길을 보냈다.

영국 세인트 메리스 대학의 제임스 커 린제이 교수는 "러시아는 이번 합의가 마케도니아의 나토 가입으로 이어지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모스크바가 다른 나라의 선거와 국민투표에 개입했다는 최근의 주장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cool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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