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예멘 난민에 국민청원 '봇물'…"난민수용 반대"
난민추방·무사증제도 폐지요구 등 게시글 70건 육박
靑, 이슬람 폄하 표현 뒤늦게 발견해 15만 참여한 청원삭제
"전쟁위협 시달리지 않게 지원해줘야" 옹호 글도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제주도에 예멘인 등 난민을 수용해선 안 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 글이 잇따르고 있다.
18일 국민청원 게시판을 보면 '제주 난민수용을 당장 중단해 주세요', '예멘 난민 입국과 취업반대', '제주도 무비자 입국철회 및 예멘 난민 수용거부' 등 제주도의 난민수용과 관련된 게시글이 70건에 육박했다.
지난 5월부터 시작돼 이번 달 집중 게재된 글에서 청원자들은 "최근 제주도 사태의 난민들은 제주도 무비자 입국과 난민법을 교묘히 악이용하고 있다", "무사증을 이용해 불법취업, 난민신청을 하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브로커들이 판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국민도 못챙기는 마당에 무슨 예멘 난민까지 챙긴다고 하나", "그 사람들 중에서 IS나 극렬 이슬람주의자 테러리스트가 없다는 걸 누가 보증하나"라는 주장도 이어졌다.
이같이 난민수용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주를 이루는 가운데, 난민 보호에 나서야 한다는 옹호 글도 있었다.
청원인은 게시글에서 "우리나라는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한 인권국가"라며 "그들이 다시는 전쟁위협에 시달리지 않게 최선의 지원을 해주길 청원한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지난 16일 15만명이 넘게 참여한 한 '난민수용 거부' 청원을 삭제하기도 했다.
'이슬람 사람들은 여자를 사람으로 보지 않고 애 낳는 도구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인데 성범죄는 불 보듯 뻔한 일'이라는 표현이 문제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청원 규정상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표현을 담은 청원'은 삭제할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규정으로 봤을 때 일부 표현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삭제했다"며 "예멘 등 난민에 관한 이슈라는 점과는 무관한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기에 문제를 발견했었어야 했는데 (대응이 늦어졌다)"라고 설명했다.
제주출입국관리사무소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4월까지 난민신청자는 중국과 예멘 등 369명에 달했고, 이 중 예멘인 난민신청자는 90명(24.4%)이었다.
또 지난달 2일에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직항편으로 예멘인 76명이 한꺼번에 입국하기도 하는 등 제주 내 예멘인 난민이 급증하는 추세다.
hrs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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