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장관 1년…북핵논의 존재감 미미 지적속 긍정평가도

입력 2018-06-17 17:15
수정 2018-06-17 17:19
강경화 외교장관 1년…북핵논의 존재감 미미 지적속 긍정평가도

정보라인 주도 비핵화·평화체제 논의속 외교부 역할 크지 않아

위안부 합의 재검토·외교부 조직문화 개선에 성과냈다 평가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8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우리나라 첫 여성 외교장관이라는 점뿐 아니라, 대미외교에 정통한 외무고시 출신들의 전유물로 여겨온 외교장관직에 비(非) 외시 출신으로서 유엔 등 다자외교 무대에서 활약해온 강 장관이 발탁된 것은 작년 문재인 정부 첫 조각에서 화제 대상 중 하나였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평가는 분야별로 엇갈린다.

우선 장관 내정자 시절부터 위안부 문제에 큰 관심을 보인 강 장관이 작년 7월 한일위안부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를 자신의 직속 조직으로 설치해 합의에 대한 검증작업을 진행했고, TF는 같은 해 12월 '비공개 합의'의 존재를 밝혀냈으며 합의가 피해자 중심주의 원칙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은 성과로 평가된다.

우리 정부가 일본에 재협상 요구는 하지 않기로 한 가운데, 국민 정서 및 국민의 알 권리와 한일관계 사이에서 어려운 줄타기를 해야 하는 위안부 합의 검증작업을 강 장관이 중심을 잡고 추진했다는 것이다.

더불어 불필요한 추가근무 줄이기, 문서 작성 및 결재 시간 단축, 일과 가정의 양립 등에서 외교부의 기존 문화를 바꾸는 면에서도 일정한 수준의 성과를 봤다는 지적도 있다. 재외동포영사실의 국장급 직위에 비(非) 외시 출신 부내 직원을 기용하는 등 '외시 순혈주의'를 깨기 위한 노력을 한 것도 주목받는 대목이다.

한 외교부 사무관급 직원은 "정시 퇴근을 당연시하고 휴일 출근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리더십 차원도 그렇고 젊은 직원들 사이에서도 정착되는 것 같다"며 "물론 바쁜 부서는 여전히 격무로 몸살이지만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 장관이 북핵 문제와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문제 등 지난 1년간 한국 외교의 핵심 현안에서 존재감이 미미했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우리 외교의 핵심 현안에서 강 장관이 이끄는 외교부가 '능력'을 보여줬는지에 대한 논란이 없지 않다.

특히 남북-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진 올해 한반도 정세의 격변 속에서 청와대 안보실과 국가정보원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으며, 외교부와 강 장관의 자리는 크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다.

한동대 박원곤 교수는 "지난 1년간 우리 외교의 핵심이었던 북핵 문제의 주무 부처는 당연히 외교부가 되어야 하는데 외교부가 그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한 것 같다"며 "그렇게 된 데는 핵 문제에 대한 강 장관의 개인적인 경험 부족도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한동안 미국 국무부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남북미 3국의 정보당국이 연결돼 일을 추진했다는 점에서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 관련 자문 그룹의 일원인 한 교수는 "강 장관이 비교적 빨리 업무에 적응해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어느 정도 관리를 해왔다"면서도 "외교부가 새로운 패러다임 하에서 적극적이고 전향적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전반적으로 기존 관성에 의해 움직이는 경향은 여전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남북미를 중심으로 한 정상외교가 1라운드를 치른 상황에서 강 장관이 앞으로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미국도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외교 수장 자격으로 북미정상회담 이후의 후속 협상을 주도할 예정에 있는 등 관련국 외교당국이 전면에 나설 때가 왔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이기에 강 장관도 폼페이오 장관과 긴밀히 조율하며 북미협상 과정에서 우리 입장을 충실히 반영토록 해야 할 상황이다.

박원곤 교수는 "그동안은 다급한 상황에서 남북미 정보라인이 상황을 주도했지만, 이제는 좀 더 긴 호흡을 하고 앞으로의 상황 관리를 해야 한다"며 "외교라인이 핵심 주무 부처로서 투명하게 일을 진행해야 할 때인 만큼 강경화 장관의 역할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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