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새누리 댓글조작' 수사 누가 맡나…검찰→종로서→?

입력 2018-06-17 15:29
'한나라·새누리 댓글조작' 수사 누가 맡나…검찰→종로서→?

검찰, 종로서 콕 집어 사건 넘겨…경찰 "일선 경찰서 감당 못 해"

서울청 사이버수사대·지능범죄수사대 수사 검토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드루킹' 김모(49·구속기소)씨 일당의 네이버 댓글조작 의혹 사건을 수사해온 경찰이 자유한국당 전신인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의 여론조작 의혹 수사도 맡게 됐다.

서울중앙지검은 더불어민주당이 고발한 관련 사건을 서울 종로경찰서로 내려보내고 경찰 수사를 지휘한다고 지난 15일 밝힌 바 있다.

17일 경찰에 따르면 이 사건을 넘겨받은 경찰은 본격 수사 착수에 앞서 수사 주체를 어디로 할지를 고민 중이다.

검찰이 종로경찰서가 수사하도록 지휘를 내렸지만, 사안의 성격으로 볼 때 일선 경찰서가 수사하기에는 적절치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로 경찰 안팎에서도 제1야당이 관련된 사건일 뿐 아니라 내용도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여론조작 의혹 사건이어서 일개 경찰서 혼자서는 감당하기가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수사 대상이나 내용도 매우 방대해 경찰서 차원에서는 수사 인력 조달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런 점 때문에 검찰이 경찰청이나 서울지방경찰청이 아니라 이례적으로 특정 경찰서를 콕 집어서 사건을 넘긴 배경을 두고 뒷말이 나온다. 드루킹 사건 수사 과정이나 최근 수사권조정을 두고 불거진 검·경 갈등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검찰이 서울청도 아니고 특정 경찰서로 사건을 넘긴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굳이 민생현안 사건 수사와 치안유지 활동으로 바쁜 일선 경찰서를 수사 주체로 지정한 의도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사건의 중요성을 고려해 드루킹 사건을 수사해온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나 지능범죄수사대 등으로 수사 주체를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검찰 반응이 주목된다.

검찰이 내려보낸 사건의 수사 주체를 경찰 내부 논의를 거쳐 변경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경찰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한 통화에서 "15일 오후 늦게 검찰에서 민주당이 제출한 고발장을 넘겨받아 어떤 법률을 적용할 수 있을지 내용 분석을 하고 있다"면서도 "수사를 어디에서 맡을지 논의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민주당은 고발장에서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성명 불상의 한나라당·새누리당 관계자를 처벌해달라고 밝혔다.

고발장에는 한나라당이 2006년 제4회 전국동시 지방선거, 2007년 제17대 대통령선거 기간에 캠프마다 담당자를 지정해 매크로(자동입력반복) 프로그램을 활용해 기사에 동일한 댓글을 달거나 공감 수를 조작한 의혹이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한나라당에서 당명을 바꾼 새누리당이 2014년 제6회 전국동시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매크로를 써서 댓글 등 여론을 조작하라는 지시가 내려진 정황 등이 담긴 언론보도 내용도 함께 제출됐다.

다만, 민주당이 고발장과 함께 검찰에 제출한 증거는 관련 기사뿐이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다면 당시 캠프에서 댓글조작 활동에 관여한 이들의 진술을 확보하고, 이를 뒷받침할 증거를 찾아내야 한다.

증거 확보를 위해 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에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려 해도 이들이 어떤 기사를 좌표로 삼아 활동했는지 파악해야 하는데, 그 기사가 몇 건이나 될지 현재로서는 짐작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공소시효 문제 역시 이번 수사에 적지 않은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드루킹 일당에도 적용된 업무방해 혐의의 공소시효는 7년이다.

수사를 올해 안에 마무리한다고 가정하면 2011년 이후에 조작된 댓글에만 이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댓글조작 과정에서 다른 후보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한 정황이 확인된다면 공소시효가 7년인 출판물 등에 의한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도 적용할 수 있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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