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별안간 나타난 보행자에 기다린 듯 속도 줄인 자율차

입력 2018-06-17 16:00
수정 2018-06-17 16:10
[시승기] 별안간 나타난 보행자에 기다린 듯 속도 줄인 자율차



국토부, 서울 영동대로에서 자율주행차 시승 행사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17일 오전 10시 서울 강남 영동대로. 자율주행차인 현대차[005380] '넥쏘'가 시속 40㎞로 운전자 없이 달리고 있다.

어느 순간 주행 중인 차량 앞을 갑자기 사람 모양의 뭔가가 '차르륵' 소리를 내며 빠르게 휙 지나간다. 깜짝 놀라 자세히 보니 사람은 아니고 사람 모양의 더미다.

예상치 못한 더미의 출현에 모두 놀랐지만, 넥쏘는 기다렸다는 듯 신속히 속도를 줄였다. 충돌은 없었다.

지나간 더미 밑을 보니 더미는 노면에 설치된 레일 위를 달려 차량 앞에서 보행자의 무단횡단 상황을 연출한 것이었다. 더미의 표정은 씩 웃으며 '제법 잘 피했네!'라고 말하는 듯했다.

운전석에 있던 권형근 현대차 자율주행개발실장은 "차량에 설치된 첨단 센서가 주변 돌발 상황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있어 갑자기 보행자가 끼어들어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가 이날 오전 서울 강남 영동대로에서 진행한 자율주행차 시승식의 한 장면이다.

자율차가 정해진 경로를 단순 주행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보행자 무단횡단이나 옆 차로를 달리는 차량이 갑자기 끼어드는 등의 돌발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는지 성능을 확인하기 위한 행사다.

강남 코엑스에서 경기고사거리까지 1.5㎞ 구간의 일부 차로가 통제되고 자율주행 버스 1대와 승용차 6대가 동원됐다. 시승에는 버스와 승용차 각 10분 정도가 소요됐다.

기자는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모델인 넥쏘를 개량한 자율차에 먼저 탑승했다.



특유의 새 차 냄새와 함께 조수석 등에 부착된 모니터링 패널이 먼저 눈에 띄었다.

화면에는 차량 주변의 도로 차선과 차량 등이 얇은 선으로 세밀하게 표시됐다.

이 차량은 특정 구간에서는 운전자의 개입 없이 차량 스스로 주행할 수 있는 자율주행 4세대 모델로, 차량 간(V2V), 차량-기지국(V2I) 간 통신 장치와 라이다 6대, 레이더 3대가 장착돼 있다.

라이다는 레이저를 쏘아 주변 정보를 수집하는 장치다.

이 패널에는 라이다와 레이더가 감지한 차량 주변 상황이 실시간으로 표시된 것은 물론 교차로 신호등의 현 상태 등 도로 정보도 나와 있다.

넥쏘가 가벼운 진동음을 내며 주행을 시작하자 권 실장이 운전대의 자율주행 버튼을 누르고는 운전대에서 손을 뗐다.

이제부터 자율주행이 시작된 것이다.

넥쏘가 40㎞/h의 속력을 유지하며 영동대로를 달리던 중 앞에서 차량이 차선을 변경해 끼어들었다.

끼어든 차량은 모니터에서 빨간색 박스로 표시됐다. 넥쏘가 이 차량을 주시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자 넥쏘는 속도를 다소 늦추면서 안전거리를 확보하고는 차선을 바꿨다.

교차로에 다다르자 차량은 정지선 앞에서 멈춰 섰다가 신호등이 파란색으로 바뀌는 것을 확인하고서 다시 출발했다.

이후에는 보행자의 무단횡단 상황이 연출됐다.

이를 위해 나타난 더미는 워낙 빠른 속도로 튀어나왔기에 기자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더미를 인식한 넥쏘는 급히 속도를 낮췄다.

모니터를 자세히 보니 주변 차량뿐만 아니라 자율주행 시험운행 도로 주변에서 교통을 통제하는 경찰관도 모니터에서 사람 형상으로 표시되고 있었다.

이 차량은 국내에 얼마 없는 자율주행 4세대 모델이다. 4세대는 특정 경로에서 운전자의 개입 없이 차량 스스로 운행할 수 있는 자율주행 수준이다.

권 실장은 "2020년대 초반에는 3단계 자율주행 차량이 양산될 예정이고, 고속도로에서의 자율주행 4단계 차량은 그 이후에 양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는 자율주행 버스도 탈 수 있었다.

KT[030200]가 45인승 버스를 개량해 만든 자율주행 버스로 5G 통신 기술이 접목됐다.

버스도 30㎞/h의 속도로 달리면서 승용차와 마찬가지로 차량의 끼어드는 상황 대처와 교차로 신호 대기 등을 매끄럽게 수행했다.

그러나 버스의 경우 더미 실험은 생략됐다. 급정거 시 탑승자가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버스 내부에도 대행 모니터 패널들이 부착돼 있었다. 이를 통해 라이다 7대와 레이더 1대가 수집한 차량 외부 정보가 실시간으로 표시됐다.

KT 5G 버스에서는 자율주행으로 인해 더욱 다채로워질 수 있는 자동차 내 환경의 청사진을 엿볼 수 있었다.

KT는 차량 유리창 등에 패널 기술을 접목함으로써 다양한 방송 채널을 시청하거나 게임을 할 수도 있다고 소개했다.

외국의 유명 관광지 도로 화면을 차량 옆 유리 등에 띄워 마치 현지 도로를 달리는 듯한 모습을 연출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KT 이준식 매니저는 "자율주행차는 통신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인포테인먼트를 제공할 수 있다"며 "KT의 5G 기술을 통해 자율주행의 안전성도 높이고 더욱 많은 정보도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기자단 외에 70명의 일반인을 상대로 한 시승 체험 행사도 열렸다.

banan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