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 속' 한국·바른미래, 보수재편 '광야'로 나설까
"희생없는 통합 이합집산 역풍" 우려에 비대위 통한 혁신 '글쎄'
전문가 "리더십·인적 쇄신없이 보수 미래 없다"…미지의 '앞날'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이신영 설승은 기자 =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방향을 잃고 표류 중이다.
6·13 지방선거 참패로 패닉 상태인 양당 모두 대표 사퇴로 지도부 공백 사태를 맞았다. 수습을 위해 어디서부터 손을 봐야 할지 모를 정도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한국당은 보수 정당의 대표를 자임했다. 바른미래당은 보수 색채를 거부했지만,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가 한국당 김문수 후보와 단일화를 공공연히 언급하면서 이미 말과 행동이 따로 노는 형국이 돼 버렸다.
보수재편 시나리오 중 하나로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통합이 거론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방선거 이후 양당에서 통합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넓어지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것도 그와 무관하지 않다.
한국당 상당수 의원은 쪼그라든 보수 세력의 외연 확장 방법으로 바른미래당과의 통합을 먼저 꼽는다.
한 영남권 의원은 1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두 당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폐허 위에 새집을 지어야 한다"고 통합 필요성을 피력했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전 공동대표는 지난 14일 사퇴 선언에서 당 대 당 통합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폐허 위에서 제대로 집을 짓기 위해 백지상태에서 시작하겠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손학규 선거대책위원장은 선대위 해단식에서 "야당이 바른미래당을 중심으로 근본적으로 재편돼야 한다"며 더욱 적극적이다.
이는 모두 기존 정당을 허물고 새로운 뼈대를 구축해 합치자는 이른바 '빅 텐트론' 구상과 일맥상통한다. 이 때문에 새 지도부가 들어서면 이 같은 방식의 통합 논의 역시 어떤 형태로든 조명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당 대 당 통합이 세 확장을 위한 이합집산이라는 비판을 피해가기 어렵다는 점이다.
실제 한국당의 한 수도권 의원은 통화에서 "희생 없는 반성 속에서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는 수준의 정계 개편만으로는 역풍만 부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지난 2016년 총선 파동,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2017년 대선 패배로 이어지는 일련의 실패에 한국당 내에서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는 점이 민심의 외면을 받은 주요 이유로 꼽힌다.
한국당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반성 퍼포먼스는 있었지만 이렇다 할 인적 청산이 이뤄지지 않았다.
친박 의원들은 여전히 건재하다. 더러 박 전 대통령 만들기에 혁혁한 공을 세운 친박 의원 중에 '반성한다'며 탄핵 대열에 동참한 후 새로운 바른정당을 창당했지만 의원직만은 그대로 유지했다.
또 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 바른미래당 유승민 전 대표,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해 대선 패배 뒤 곧바로 정계에 복귀해 1년 만에 치른 게 이번 지방선거다. 대선 패배에 대한 성찰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서강대 서복경 교수는 통화에서 "지난 30년간 한국당이 한국 정당체제를 이끌었던 것은 혁신했기 때문"이라며 "차떼기 파동 때도 선거연수원 팔아서 돈 갚고 했는데, 비록 그게 쇼라고 하더라도 자기들이 해서는 안 될 짓을 했다는 걸 인정했고 문제인사들 쳐내고 남경필 정병국 원희룡 같은 인물들을 내세우기도 했다"고 실례를 들었다.
서 교수는 그러곤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대한 합의는 보수적 유권자층에서도 두터웠다"며 그런 유권자 의식의 변화를 외면한 것이 보수야당의 참패 원인 중 하나라고 짚은 뒤 "(당권 세력이) 비대위 만들어 잘 알지도 못하는 위원장 세워 칼자루 쥐여준 뒤 여론 나아지면 컴백하는 행태를 많이 보였고, 아마 또 그런 수습을 생각할 것 같은데 현재 보수야권에 닥친 문제는 그렇게 해서 해결될 것 같진 않다"고 지적했다.
한국당 초선 의원 5명이 당 중진을 향해 "보수 실패의 책임을 지고 정계를 떠나라"고 전면에 나선 것도 바로 이러한 위기의식에서 나온 거라는 해석이 뒤따른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통화에서 "예전 김영삼 전 대통령이 40대 기수론을 들고 나왔을 때 원로들이 '젖비린내난다'고 깎아내렸다"면서 "야당도 젊은 리더십을 교체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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